1기 신도시 재건축 놓고 ‘혼선’
부동산 대책 발표도 오락가락
전문가 “확실한 로드맵 제시해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의 공식적인 입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어 “지금 국회에 보시면 여권도 그렇고 야권도 그렇고 모두 다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 법안이 하루 빨리 통과되고 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도 지난 26일 "어제(25일) 나온 기사 대부분이 '중장기 검토과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표현에 대해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정정한다"며 "조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5일 원일희 인수위 수석대변인은 "1기 신도시 사업은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대선 이후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집값 불안 양상을 차단하기 위한 '속도조절'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는 올해 대선 전까지 약 2개월(1월1일~3월9일)간 0.07%의 미미한 상승률을 보였지만 대선 이후 2개월(3월10일~4월22일) 동안은 0.26% 오르며 상승 폭이 3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해당 발언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공약에 대한 말 바꾸기 논란이 일면서 반발이 나왔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완전히 속았다" "분당 주민을 바보로 아는 것 같다" "선거 앞두고 태세를 바꾸고 있는데 결국 또 임기 내 실현이 어렵다고 할 게 뻔하다" 등의 게시글이 잇따랐다.

업계에서는 인수위가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수위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전례가 있다. 지난 18일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부동산 정책 발표 시기를 두고 엇박자를 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내정자가 인수위 전체 회의에서 부동산 정책 발표와 관련해 "메시지 중복을 피하고자 인수위 차원에서 별도 발표는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안 위원장이 "장관 청문회 때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따로 발표할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이를 뒤집었다.

내부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모습이 표출되면서 논란이 일자 원일희 인수위 부대변인이 18일 오후 부동산 정책 발표 시기와 관련해 "발표 시점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 같다"며 추가 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인수위가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의 아젠다를 정해 놓고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