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급등에 표준건축비 인상 전망
단지 분양·착공 지연... 당분간 '공급 가뭄' 이어질 듯

최근 건설 자재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은 물론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픽사베이)
최근 건설 자재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은 물론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픽사베이)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여파로 레미콘, 시멘트, 철근 등 건설 자재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은 물론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가격이 다음달부터 13% 인상된다.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시멘트 가격도 기존보다 15% 가량 오른다. 핵심 건설자재로 꼽히는 철근 가격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톤당 7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기준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주요 목재와 합판류도 최근 1년간 최대 60~70%까지 급등했다.

최근 수도권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는 다음달 1일부로 레미콘 단가를 13.1%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레미콘단가는 현재 ㎥(입방미터)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9300원 오를 전망이다.

그간 레미콘 업계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공급 단가를 기존 대비 15~20% 올려줄 것을 요구했었다. 시멘트 가격이 20%에 가깝게 오르고 골재 가격도 15% 이상 급등하는 등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가 레미콘 단가 인상에 합의함에 따라 협상결렬시 수도권 200여 개 공장의 조업과 자재납품 중단 사태는 피하게 됐다

앞서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C&E는 지난 15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1t당 7만 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 8000원에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5.1% 인상한데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인상에 나선 것이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도 지난해보다 256% 올랐다.

건물의 뼈대를 담당하는 철근 가격도 치솟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값이 최근 들어 t당 100만원을 웃돌고 있다.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지난 1월 t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급등한 가격이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인프라 사업이 확대되며 건설자재 수요가 늘어났으나 최대 철근 생산국이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철근값이 꾸준히 올랐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급등했다.

건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아파트 분양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자재 가격은 전체 공사비의 30~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재비가 오르면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도 분양가 산정에 반영되는 기본형 건축비의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건축 공사에 드는 총비용 가운데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말한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3월 기본형 건축비를 2.64% 인상했지만, 자재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오는 6월 1일 건축비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매년 3월1일과 9월15일 두 차례 기본형 건축비를 정기 고시하는데, 정시 고시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주요 자잿값이 15% 넘게 변동되면 이를 반영해 추가 조정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재가격이 오르면 분양가의 상승요인이 된다”며 “자재가격 문제는 적어도 올해는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형 건축비의 최대 인상 폭인 5%가 적용되더라도 건설업계에서는 충분치 못하다는 반응이 나올 상황이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그보다 낮은 인상률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건설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국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고 착공도 지연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착공된 주택은 4만4352가구로 전년 동기(7만288가구)보다 36.9%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2만7781가구로 전년 동기 4만3272가구 대비 35.8% 줄었고, 지방은 1만6571가구로 전년 동기 2만7016가구에 비해 38.7% 감소했다.

일반분양 일정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신규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총 4만9341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올 4월까지 3133가구가 공급되는 데 그쳤다. 상반기 절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공급량이 계획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공급 계획이 있었던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공사비 또는 분양가 문제 등으로 일반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급 가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분양 최대어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1만2032가구)를 비롯해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 동대문구 이문1구역(3069가구) 및 이문3구역(4321가구), 은평구 대조1구역(2451가구) 등이 줄줄이 분양을 미루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자재 납품이 어려워지는 등 신축 아파트 공사가 지연되고 향후 새 아파트 입주 시점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함 랩장은 또 “분양일정 또한 미뤄질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그칠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분양시장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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