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흥행 실패…증시 침체·공모가 고평가 논란
SK쉴더스 “온전한 평가위해 향후 재검토”

박진효 SK쉴더스 대표가 지난달 2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IPO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SK쉴더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가 지난달 2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IPO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SK쉴더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이후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힌 보안업체 SK그룹 융합보안 전문 기업 SK쉴더스가 6일 금융감독원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SK쉴더스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3만1000~3만8800원으로 제시하며, 시가총액 최대 3조5000억원대 대형 보안 기업이 탄생할지 주목받았으나, 다음 기회를 엿보기로 결정했다.

당초 상장 목표는 이달 19일로, 상장을 불과 2주가량 앞둔 시점이다.

SK쉴더스 측은 6일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오늘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향후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상장 철회 이유로 희망 공모가가 높아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SK쉴더스는 SK그룹 사이버 보안업체 SK인포섹이 ADT캡스를 인수해서 출범한 회사다. 작년 매출은 1조5497억원. 국내 1위 물리보안 업체인 에스원(매출 2조3125억원)보다 매출은 1조원가량 낮으면서, 공모 희망가 최상단으로 상장시 시가 총액은 에스원(시총 2조5000억원대)보다 1조원 높게 돼 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파고에 따른 증시 침체에 영향이 겹친 점도 흥행 실패의 원인이었다

실제로 지난 3~4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집계가 공시되진 않았지만 수요 예측 결과 공모가는 2만원대 중후반으로, 희망 공모가 하단 3만1000원 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으로 나왔다. 경쟁률은 200대 1 수준에 그쳤다.

SK쉴더스가 SK스퀘어의 자회사 IPO 1번 타자로 나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철회를 결정하면서 후발로 대기 하고 있는 원스토어·11번가 등 자회사 상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달 중 상장에 나서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 역시 SK쉴더스와 동일하게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주당 공모가는 3만4300~4만1700원이며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조1110억원이다.

원스토어는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이익을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 측정이 어렵다. 이 때문에 비교기업의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인지(PSR)를 따지는 방법으로 희망공모가 범위를 정했다. 하지만 비교기업을 애플, 알파벳, 카카오로 정해 ‘적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으로 대상 기업을 바꿨다.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4위 플랫폼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확산세 속에서도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11번가는 2020년 매출 5456억 원에 영업손실 98억 원, 지난해 매출 5614억 원에 영업손실 694억 원을 기록하면서 2년째 적자행진이다.

11번가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발송했으며, 이달 중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부임한 하형일 11번가 사장은 올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경쟁력 강화와 직매입 사업 등을 내세워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 사장은 "완전히 다른 버전의 11번가로 지속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와 협력을 포함해 성장을 위한 모든 전력과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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