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및 3高 등 금융시장 불안 해결 적임자
‘산은 민영화’ 신호탄 포석...2008년 산은 민영화 추진 인사 중용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윤석열 정부 첫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여신금융협회)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윤석열 정부 첫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여신금융협회)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융위원장에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정부와 정치권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식을 마무리하고 새 금융위원장에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장은 임기제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임을 인선 중이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중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김 회장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행정고시 동기(25회)다. 추 부총리, 최상목 경제수석, 김주현 금융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윤 정부의 경제팀 진용이 완성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했다”며 “(후임) 준비가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해 아직 임기가 2년 넘게 남았다. 그러나 정부 교체기에는 임기를 채우지 않고 스스로 사표를 내는 관례에 따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을 금융수장으로 선택한 배경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꼽았다. 최근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및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파고에 휩싸이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김 회장이 금융시장 불안을 해결할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당시 금융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수습한 책임자였으며, 2012년에는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옮겨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2019년부터는 여신금융협회장을 맡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위기관리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내부에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평판이 높았다”면서 “민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만큼 디지털 혁신도 잘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그를 낙점한 것이 산업은행 민영화와 부산 이전 등 산은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의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금융정책국장을 지내며 이명박 정권의 산은 민영화를 추진했던 실무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산은을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한 바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로 정책금융수요가 커지면서 계획이 어긋났고,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통합됐다.

윤 대통령이 산은 민영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지만 없지만, 여권에서는 산은 무용론과 민영화 논의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KDB생명의 매각이 잇따라 불발되며 산은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앞세워서다. 이에 지난달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산은 민영화 얘기가 거론된 바 있다.

실제로 2008년 산은 민영화를 주도했던 당사자들이 최근 줄줄이 요직에 기용되거나 거론되고 있어 이같은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실시한 인사청문회에서 산은 민영화가 박근혜 정부에서 원상태로 돌아간 것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겠고 개인적으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력한 산은 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2008년 산은 당시 총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는 민유성 총재에 밀렸지만, KB금융지주 회장에 올랐고, 산은을 인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