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국내 NFT 프로젝트 참여
대우산업개발, 고급수제버거 매장 개장
GS건설, 친환경 연어 대중화
“각종 규제에 원자재값 급등....건설업만으로는 한계”

현대건설이 국내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프로젝트에 참여한다.(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국내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프로젝트에 참여한다.(사진-현대건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최근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와 달리 본업인 건설과 연관된 것이 아닌 분야로 신사업 발굴 범위를 대폭 넓히고 있다. 이는 건설 관련으로 범위를 좁힌 신사업 발굴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다양한 분야 진출을 통한 수익성 창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메타버스나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햄버거 매장 운영, 연어 양식 등 이색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는 주력사업인 건설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각종 규제로 지속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자 신사업을 추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먼저 현대건설은 국내 NFT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를 위해 지난 10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와 NFT·메타버스 분야의 상호 교류 및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온라인 콘텐츠를 지원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 기업으로, IP(자체지적재산권) 등 기존 역량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여 NFT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NFT 커뮤니티 합류와 원활한 협업을 위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메타 토이 드래곤즈' 프로필 사진형 NFT를 사들였다. 현대건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NFT·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NFT 및 메타버스 관련 새로운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NFT가 메타버스 산업의 핵심 키워드인 만큼 창립 75주년 기념 NFT 발행이 신규 영역 진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 건설사 대우산업개발의 자회사 이안GT는 지난 26일 서울 신논현역 인근에 ‘굿 스터프 이터리(GSE)’ 버거 1호점을 들여왔다. 아시아 지역 첫 GSE 매장으로, 지난 1일부터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GSE는 미국 써니사이드 레스토랑 그룹의 고급 수제 버거 브랜드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 미국 주요 도시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진출해 있다.

앞서 대우산업개발은 2013년부터 프랑스 베이커리 상표인 '브리오슈도레'와 가맹 계약을 맺고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서울과 부산 등에서 총 1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미현 이안GT 부사장 부사장은 “대우산업개발은 건설사에서 벗어나 ‘라이프 사이클 디벨로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은 친환경 연어 대중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신세계푸트와 친환경 연어 생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GS건설이 부산 스마트양식시설 연어 생산에 민간투자자로 참여해 신세계푸드와 공동 상품개발 및 홍보, 판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GS건설은 지난 2020년 7월 부산광역시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부산 기장군에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를 오는 2023년까지 준공한다는 내용이다.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는 정화한 바닷물을 연어 양식수로 사용하는 친환경 양식장을 말한다. 연어 양식의 주요 장애물인 기생충 '바다이'나 질병균, 중금속 폐기물, 미세 플라스틱 등에 노출되지 않고 생육이 가능해 청정 연어를 생산할 수 있다.

GS건설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신세계푸드의 식품안전센터와 냉장 연어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GS건설 관계자는 “내년 완공 예정인 부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에서 대서양 연어를 생산하고 국내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후 국내외 시장을 겨냥한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본업과 큰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 도전하며 사업을 다각화 하는 이유는 주택시장 불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최근 건설 업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기준 100)는 전달 대비 16.1포인트 하락한 69.5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심리적 위축으로 지수가 17.9포인트 하락한 이후 2월엔 12.3포인트 반등하며 다소 개선됐지만 3월(1.3포인트 하락)에 이어 4월에도 체감경기가 크게 떨어졌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3~4월엔 공사가 늘어나는 시기로 경기실사지수도 상승하지만 올해는 오히려 하락했다"며 "자잿값 상승으로 인해 하도급업체는 물론 원도급사까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공사를 중단하는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올 1분기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1453억원, 영업이익 17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0.1%, 14.6% 감소했다. GS건설은 같은 기간 매출이 2조3759억원으로 전년대비(2조141억원) 17.9% 늘었지만 실제 공사비가 투입되는 실행률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1535억원)은 2021년(1766억원)보다 13.0% 줄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최근 건설 업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많아졌다"며 "신사업을 추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존 건설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이색 신사업 진출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건설사의 이색 신산업 진출이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카드가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이나 오너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지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리한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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