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가입자 증가세 덕에 수익 늘어
尹정부, 5G 중간요금제 도입 본격화…하반기 도입 전망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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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올 1분기 5G 가입자 증가로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5G 중간요금제' 추진으로 하반기 중간요금제 도입이 현실화 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는 중간요금제 설치에 따른 설비투자비 부담 가중과 중간요금제 자체의 실효성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뿐만 아니라 소비자업계 등 시민사회도 5G 중간요금제를 요구해온 만큼, 통신업계의 5G 요금체계 개편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이동통신 3사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총 1조 320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보다 2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 사별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은 SK텔레콤 4324억원, KT 6266억원, LG유플러스 26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SK텔레콤은 15.5%, KT는 41.1% 늘었고 LG유플러스는 플래그십 단말기 출시 지연 등 영향으로 5.2% 감소했다.

통신 3사가 영업이익 호조를 보인 것은 요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가 증가하고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5G 가입자는 올해 3월 말 기준 약 2291만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99만명(9.5%) 증가했다. 반면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줄어드는 추세다. 3사는 5G망 구축 초기부터 가입자 유치를 위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호실적에도 이동통신 3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통신비 인하 압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 3사와 협의를 거쳐 연내 5G 요금제 선택 폭을 넓히겠다"며 5G 중간요금제 신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석열 정부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5G 요금제가 너무 적고, 특히 주로 사용하는 데이터량과 요금제간 간극이 커 중간 요금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가 5G 중간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이통사들로서는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떨어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단체들은 그간 계속해서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달 보도자료에서 "5G 서비스는 2019년 인가 시점부터 고가요금제 중심으로 요금제가 설계됐다"며 "저가요금제와 고가요금제 간 데이터 제공량 차이가 너무 크고, 데이터 평균 이용량에 맞는 중간요금제가 없어 사실상 고가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선택지를 제한하는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3년 동안 5G 서비스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GB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맞는 20~40GB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저가 요금제는 상용화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선택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최소 10GB를 제공하는 '슬림'(월 5만5천원) 또는 110GB를 제공하는 '5GX 레귤러'(월 6만9천원) 등의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KT 5G 요금제는 최소5GB를 제공하는 '5G 세이브'(월 4만5천원), 최소 10GB를 제공하는 '5G 슬림'(월 5만5천원) 다음으로는 110GB를 제공하는 '5G 심플'(월 6만9천원) 등으로 구성된다. LG유플러스는 최소 6GB를 제공하는 '5G 슬림+'(월 4만7천원), 12GB를 제공하는 '5G 라이트+'(월 5만5천원) 등 저용량 데이터 상품 바로 다음 단계로 150GB를 제공하는 '5G 스탠다드'(월 7만5천원) 등의 요금제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5G 스마트폰 가입자 1인당 평균 이용 트래픽은 올해 3월 기준 약 27GB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달 5G 이용자 1천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약 31.1GB 수준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5G 요금제가 월 기본 10GB 이하 또는 100GB 이상으로 나뉘어 있고 이용자들의 최다 사용 구간인 20~30GB 트래픽을 제공하는 요금제는 선택지에 없는 것이다. '평균치'의 데이터를 쓰려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불필요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한다.

그간 이동통신사들은 5G 인프라 투자 비용 등을 이유로 중간요금제 도입에 난색을 보였다. 요금제를 통한 수익이 감소해 5G 기지국 등 설비투자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5G 이용자 자체가 높은 데이터 사용량을 보이는 만큼, 중간요금제의 실효성 자체도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새 정부가 5G 중간요금제 도입 등을 언급하면서 요금제 신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SK텔레콤은 이번 1분기 실적발표 뒤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중간요금제 관련 질문에 "5G 론칭 4년 차에 접어들고 보급률이 40% 돌파해 대세화되는 시점에 다양한 요금제 출시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된다"며 "고객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원하는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G 보급률 둔화가 시작됐기에 중저가 요금제는 통신사업자들도 검토하던 카드 중 하나였다”며 “중간요금제 도입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 소폭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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