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신흥1·수진1구역, 부산 우동 3구역 등 수주 포기 잇따라
상반기 분양물량 2350가구…예정 대비 76% 감소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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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비사업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급등하면서 늘어난 공사비 부담에 수주를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공사비 갈등 등으로 분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하반기 공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지만 입찰참가서를 제출했던 건설사들이 모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 사업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일대 19만6693㎡ 부지에 공동주택 4183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달 26일과 27일 이틀간 입찰참가신청을 받은 결과 DL이앤씨, GS건설, 코오롱글로벌, 계룡건설산업 등 4곳이 첨석 의향을 내비쳤지만, 실제 현장설명회가 열리자 모두 불참했다. 업계에서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예상보다 낮은 '3.3㎡당 495만원 이하'로 책정되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줄줄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성남 신흥1구역과 인접한 수진1구역도 지난달 29일 입찰을 마감했지만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건설사가 아무도 없어 결국 유찰됐다. 이 사업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정동 일대 부지 26만1828㎡에 아파트 5259가구·오피스텔 31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 2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엔 현대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DL이앤씨 등 4개사가 참여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수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 사업은 지난 12일 2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또 다시 유찰됐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곳도 없어서다. 이 사업은 해운대구 우동2로30번가길 15-3 일대 부지 16만727㎡에 지하 3층~지상 39층 규모의 공동주택 2918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현장 설명회에 현대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동원개발 등 4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모두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우동3구역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3.3㎡당 590만~600만원 정도인 반면 건설사들이 620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봐 입장 차이가 있는 걸로 전해졌다.

이같이 대규모 정비사업지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무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건설 자재값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급등했지만 조합 등이 제시하는 공사금액에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되지 않자 건설사들이 '적자 시공'을 우려해 입찰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 철근 가격은 지난달 기준 1톤당 110만원까지 치솟아 지난해 동월 대비 44%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레미콘 단가도 수도권에서는 이달 1일부로 13.1% 인상됐다.

인건비도 급등세다. 대한건설협회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일반공사직과 콘크리트거푸집기능사 직종 1일 평균 임금은 각각 23만1044원, 24만2138원이다. 5년전 임금(16만9999원·17만4036원)보다 40% 가까이 인상된 금액이다. 철근콘크리트 연합회는 건설직종 인건비가 올해에만 10~30% 올랐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원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예상되는 손실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묻지마 수주’ 대신 사업성을 중심으로 한 수주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공사비 갈등 등으로 분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인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분양한 물량을 포함해 이달까지 계획돼 있는 서울 분양 물량은 17개 단지 235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 분양계획 물량보다 75.9% 감소한 수치다.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꼽혔던 둔촌주공 사업장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고, 동대문구 이문1구역과 은평구 역촌1구역 등은 분양가 산정 문제 등으로 분양 일정이 미뤄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분양시장이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몰려 있는데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원자재값 인상까지 맞물려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은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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