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최근 금융권의 대규모 횡령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객 자산을 소중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금융사 직원들이 오히려 고객 돈을 도둑질 한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직원들의 직업의식 부재와 한탕주의와 배금주의 문화가 만연하면서 이같은 범죄를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이들 횡령사건의 공통점은 남의 돈으로 큰돈을 벌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것이다.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부실한 내부 관리 시스템을 악용해 자금을 빼돌려 일확천금을 노렸다. 남보다 더 빨리 돈을 벌기 위해 잠깐 쓰고 이익을 낸 뒤 발각되지 않고 원금만 되돌려 놓으면 된다는 책임의식 부재가 불러온 참사다.

돈이 성공의 중요한 척도로 부각되면서 고객 몰래 돈을 유용해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면서 점점 수렁에 빠진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금융권 임직원의 횡령액이 1000여억원에 달할 정도로 피해규모가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금융권에서 횡령을 저지른 임직원은 총 174명이며, 횡령 규모는 1091억 8260만원에 달했다. 반면 횡령금액에 대한 환수율은 11.6%에 불과했다.

횡령수법도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고객 정보를 도용하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고객 돈이나 회삿돈을 몰래 빼다 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횡령 사건이 계속 터지면 누가 믿고 이용하겠느냐”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물론 금융사들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지만 임직원들의 일탈을 모두 잡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의 생명은 고객의 신뢰다. 신뢰를 잃으면 금융사로서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의미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사가 고객의 믿음을 배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이유다.

직원 한명 한명이 자기 직무에 대한 책임감과 올바른 직업윤리 의식 을 가질 수 있도록 직업윤리 교육을 주기·반복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 내부적으로는 자금통제시스템이 미흡한 점은 없는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체크하고 검사하고 감독해야 한다.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사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왔지만 그저 구호로만 그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또 금융회사 CEO들이 이구동성으로 부르짖고 있는 ’고객신뢰‘가 단순한 홍보성 멘트가 아니라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도적 틀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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