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착수한 대기업 노조…비상 걸린 기업들
전경련 “기업 줄소송 우려, 산업 현장 혼란 가중 예상"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임금피크제 판결 후폭풍이 거세다. 대법원이 지난달 26일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한 뒤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노사 관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를 열고 기업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임금피크제는 기업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주는 대신 임금을 단계별로 하향하는 제도다. 각 기업 노조는 임금피크제가 부당하다며 사측에 폐지를 요구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노사 간 합의하에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무효화하는 내용의 판결을 계기로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하고 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대법원이 연령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제시한 기준은 도입 목적의 정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의 대상 조치 여부 등에서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밝힌 임금피크제 유효성 기준에 대한 모호성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정년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도입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 기준으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 대상조치 도입 여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에 활용되었는지 여부 등 총 4가지를 제시했다.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원은 임금피크제의 실시 배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임금피크제의 시행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한 그 효력을 부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퇴직 전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4년간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며 연구기관이 A씨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문제는 대법원이 이 판결에서 제시된 사례를 넘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정년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유지형)나 연장하는 형태(연장형)든 제도 운용의 적정성을 개별 사례마다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측과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상당수 대기업에서는 매년 임단협 때마다 임금피크제 폐지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향후 임단협에선 노조가 먼저 임금피크제 무효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대기업 노조는 일찌감치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산업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 기준은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이미 노사 간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운용 중인 산업 현장에 노사 갈등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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