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저는 조미료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현민 ㈜한진 사장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 말이다. 지난날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조 사장의 공식적인 등장은 지난 2018년 이른바 ‘물컵 갑질 논란’ 이후 4년 만이다.

고 조양호 회장의 셋째이자 한진그룹 총수 일가 3세인 그는 대한항공 전무시절 논란으로 인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지난 2020년 한진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사장은 간담회에서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매일매일 새롭고 어깨가 무겁지만 기쁜 마음으로 직원들과 새로운 한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노삼석 대표와 직원들이 열정으로 회사를 잘 이끌어왔다. 저는 약간의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겸손함도 내비쳤다.

조 사장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타기업을 '까내리는' 우를 범하면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노 대표가 구체적인 계약 조건 공개와 부정적인 평가를 언급하면서 협력사와의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조 사장은 황급히 "저도 쿠팡을 쓰기 때문에 쿠팡이 꼭 잘됐으면 좋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조 사장은 "쿠팡은 한진의 아주 소중한 고객"이라며 꼭 흑자를 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예상대로 간담회 이후 조 사장의 4년만의 복귀를 알리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은 듯 하다. 아쉽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물컵갑질'논란 이후 4년 만에 등장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까. "섹시한 물류를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은 대중들을 이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성공적인 재 데뷔를 마친 조 사장이지만,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조 사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사장의 이사회 입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한진칼 주요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와 HYK파트너스의 견제로 성사되진 못했다.

조 사장은 이사회 참여에 대한 질문에 "이사회는 아직 들어갈 때가 아니다"라며 "아직 능력에 대한 검증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물컵갑질’ 오명을 벗고 당당한 경영인이 될 기회는 경영능력에 달렸다. 한진의 올해 매출 목표는 2조6640억원, 영업이익은 1115억원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겠단 것이다.

그동안의 ‘갑질’ 오명을 벗고 한진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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