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모펀드 MBK에 모빌리티 지분 매각 검토
크루유니언,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협상 중단 촉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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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카카오 측은 모빌리티 매각을 놓고 “더 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노동조합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1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전국대리운전노조를 비롯한 관계 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협상을 중단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두고 물밑 협상 중이다.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57.5%) 가운데 10%대 지분을 매각해 2대 주주로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했던 경영진들이 상생과 책임 대신 회피와 매각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완수할 수 없으니 사모펀드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표리부동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특히 노조는 매각 자체에 반대할 뿐 아니라 상대가 사모펀드라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사모펀드는 경영 효율을 이루고 기업가치를 높여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서 지회장은 "사모펀드는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더욱 힘든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시민들에게는 더 많은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라며 "카카오가 갑자기 매각을 발표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고, 말로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고 뒤에서는 책임 회피 작업들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매각설이 사실화 되면서 크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카카오는 조만간 전 직원과 소통하는 자리를 갖는다. 앞서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는 노조 측과는 두 차례 의견을 교환했지만 전 직원과 소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카카오가 사실상 매각을 구체화 하고 있어 내부 반발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카카오 노조가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장을 만나 진행한 긴급 면담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의 매각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카카오는 이 자리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이어나갈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검토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배재현 CIO가 언급했다. 배 CIO는 “카카오는 모빌리티서비스의 수익화와 사업영역 확장 그리고 나아가 IPO(기업공개)에 대한 사회의 우려를 경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카카오모빌리티가 골목상권 침탈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어 “카카오는 주주구성의 변화로 2대주주로 한발 물러서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립을 응원할 것”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CAC는 조만간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시간은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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