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1.75→2.25%...1년만에 1.75%포인트↑
가계 빚 1752조 이자 24조 늘어, 1인당 113만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이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한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은 처음이다. 3연속 기준금리 인상도 사상 최초다. 

한국은행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개최하고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25%로 인상됐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2.25%가 된 건 2014년 10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를 기록하며 물가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데다 미국의 고강도 통화긴축으로 한미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금통위가 전례 없는 빅스텝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금리인상 결정을 앞두고 금융시장에서도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9명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절반이상인 64%가 빅스텝을 전망했다. 나머지 34%는 0.25%p 인상을 전망했고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전망한 비율도 2%였다.

이번 금리 결정 이후 올해 추가 금리인상 시점과 인상폭도 주목된다.

앞으로 한은 금통위는 8월, 10월, 11월 등 3차례 개최될 예정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3% 전후까지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은이 남은 세번의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연말에 금리를 연 3%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인플레이션 대응에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 운용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하방 압력을 확대시킬 수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이 경제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전제했지만, 물가 정점시기를 3분기말~4분기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남은 3차례의 금통위에서 모두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취약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과 대출 건전성 악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빚투' '영끌'에 나선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규모는 1859조 4000억원으로 이 중 가계대출 잔액은 1752조7000억원이다. 이중 금리 인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7%(잔액 기준)에 달한다. 변동금리 대출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 부담이 커진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동일하게 오른다고 가정하면, 0.25%포인트만 금리가 올라도 가계의 추가 이자부담액은 3조3739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인상분(0.50%포인트)을 반영하면 6조7479억원(1752조7000억원ⅹ0.77ⅹ0.005) 수준이다. 대출자 1인이 부담하는 연간 이자도 32만1000원 가량 늘어난다.

한은이 지난해 8월, 11월, 올해 1월, 4월, 5월까지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고, 이날 0.05%포인트 올리면서 총 6차례 인상을 단행해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가 1년만에 1.75%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늘어난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액은 모두 23조 6173억원, 대출자 1인당 112만7000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이 연말까지 두 세 번 더 올려 기준금리가 연 3.0%에 도달하면 가계 이자부담액은 33조7390억원(대출자 1인당 161만원)으로 커진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이자) 부담이 3조원, 기업 부담은 2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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