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업 효과 저물자 TV 수요↓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 확대
MZ세대 겨냥 체험 공간 마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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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고급화 전략에도 1분기 TV·가전 부문 수익이 뒷걸음질 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특수가 사라진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수요 감소, 유통 재고 증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로 가전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가전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 확대와 MZ(밀레니얼+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며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중국 등 3대 가전 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올해 가전 출하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지난해 출하량인 2억 1353만 7000대보다 2.22% 감소한 2억 879만 4000대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도 올해 TV 출하량을 1월 전망치(2억 1700만대)에서 2억 1500만대, 2억 1200만대로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펜트업(보복소비) 심리가 한풀 꺾여 가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늘어난 주요 가전 제조사의 재고도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49조 5907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 3775억원) 대비 55%나 증가했다. LG전자도 전년도(7조 9959억원)에서 10조 2143억원으로 28%나 늘었다.

업계는 재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고 이월 전략과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재고가 늘면서 최근 부품 공급업체에 구매량 축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효율적 재고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4년만에 열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재고 건전화가 논의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도 확대한다. 프리미엄 가전은 꾸준한 수요가 있어 경기 불황에도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라인업은 지난해 국내 가전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올 2분기 오브제컬렉션의 매출 호조로 H&A(생활가전)사업본부 매출이 전년 동기(6조8149억원) 대비 16%가량 증가해 7조 9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이라는 가상공간을 선보였다고 12일 밝혔다.'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타이쿤) 형식을 활용해, 참가자들이 우주에서 외계인 캐릭터와 삼성전자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아이템으로 즐길 수 있는 가상공간이다.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이라는 가상공간을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MZ세대 ‘핫플’에 체험공간 전시…고객 접점 확대

최근 가전업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를 잡기 위한 차별화 전략도 선보인다.

특히 MZ세대 고객과 접점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젊은 고객이 즐겨 찾는 지역에 가전제품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제품 성능을 강조하기보다 제품을 활용하는 경험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 팝업스토어 방문객이 첫날부터 4일간 일 평균 25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팝업스토어는 단순 제품 전시 목적을 넘어 제품에서 만들어진 수제맥주를 시음하고 나에게 잘 맞는 맥주 MBTI 찾기, 특별 제작된 맥주잔과 맥주잔 받침(코스터)을 제공하는 경품 행사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LG전자는 최근 조주완 사장이 제안한 ‘F(최고의)·U(유일한)·N(새로운)’ 경험이라는 제품 철학 아래 젊은 고객이 즐겨 찾는 지역에 혁신제품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고객이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으로 제품 성능을 알리는 데에서 더 나아가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조 사장은 "고객 취향이 날로 변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F.U.N(최고의, 차별화된, 세상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지금껏 가전 업체들이 기능과 성능 중심의 제품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면 LG전자는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선도하고자 한다“

지난달 말에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무선 이동식 스크린 ‘LG 스탠바이미’를 홍보하는 ‘LG 스탠바이미 클럽’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 마련했다.

LG전자는 이곳을 단순 제품 체험 공간이 아니라 제품을 활용해 콘텐츠를 감상하고 홈 트레이닝, 악기 연주,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복합 문화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시작해 올해 부산 광안리해변까지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장소에 ‘LG 올레드 TV’를 활용해 게임을 즐기는 ‘금성오락실’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운영한 부산 금성오락실 일 최대 방문객은 700명에 육박한다.

회사 관계자는 "금성오락실은 올레드 TV 게임 성능뿐 아니라 과거 추억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까지 동시에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고객경험에 집중하는 마케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프라인 체험에서 나아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을 만들었다. 우주에서 외계인과 삼성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콘셉트로 구성한 가상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과 ‘제트 봇’ 등이 게임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사용자는 제품 디자인을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Z세대 등 젊은 고객이 메타버스에서 가상 삼성 제품을 만들고 즐기는 통합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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