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미래 성장위한 중장기 전략 발표
해운사 핵심역량인 선복량 120만TEU로 확대
환경규제 대응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도

(사진-HMM)
(사진-HMM)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HMM이 오는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환경규제와 디지털 전환 등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내린 대규모 투자 결단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해운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급변하는 사업환경에서도 탄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경배 HMM 사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HMM 비전선포식 중장기 전략 발표'에서 "5년간 15조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한다"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HMM은 오는 2026년까지 1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선박 확대와 친환경 선박·연료, 디지털화(digitalization)다. 선박과 터미널, 물류시설 등 핵심자산에 10조원을 투입하며, 선사·친환경 연료·종합물류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미래전략사업에 5조원을 투자한다. e-플랫폼 구축, ERP 고도화 등 디지털화 사업에 1500억원을 투입한다.

우선 사업 전략의 기본인 선복량을 현재 82만TEU에서 120만TEU로 확대하기로 했다. 핵심지역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를 확보해 수익기반을 강화하고 추가 노선 확대 등 서비스 영역도 확장한다.

벌크선 사업도 향후 더 키울 전망이다. HMM은 당초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비율이 6:4 정도 수준이었지만 법정 관리 과정을 겪으면서 벌크 사업 비율이 크게 축소됐다. 현재 비율은 95:5로, HMM은 현재 29척인 벌크선을 오는 2026년까지 55척으로 95% 확장하는 등 벌크 사업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HMM 새 비전 중심에는 친환경이 자리잡았다. 김 사장은 "선복량을 늘린다 해도 규모에서는 현재 우리에 앞선 해운사들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게임체인저가 될 에너지·친환경 이슈에서 1등하겠다"며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친환경 선단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1990년대에는 서비스 경쟁, 2010년대 이후로는 대형선박을 중심으로 한 규모의 경쟁을 벌였다면 향후에는 친환경 이슈를 선점하는 해운사가 우위를 점한다는 분석이다.

이날 박진기 부사장도 "2010년대에 대한민국 해운이 스케일(규모) 전쟁에서 졌다"며 "향후 게임 룰에 대해서는 지지 않고 앞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HMM은 이를 위해 친환경 선박에만 4조원 가량을 투자한다. 오는 2024년까지 총 32척의 초대형선을 확보한 상황에서 향후 모든 투자는 친환경 선박에만 한다는 방침이다. 2050년 탄소중립에 발맞춰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무탄소 연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친환경 연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를 개발하고 투자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차세대 에너지 TF(특별대응팀)을 구성해 연구·개발도 강화하며, 조선·에너지 업계와도 손잡고 적극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축할 방침이다.

HMM은 이같은 에너지 차세대 전략 수립을 위해 5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전사 차원에서 전담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해운을 넘어 항만·물류를 아우르는 최첨단 종합 물류 솔루션 기업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투자도 진행한다. 현재 유럽 선사들을 중심으로 종합물류사업에 발을 뻗치는 상황에서 뒤쳐지지 않게 그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진기 총괄부사장은 "유럽 해운사는 종합물류, 아시아해운사는 해운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리스크 헷지(위험분산) 차원에서 (양쪽 다)뒤쳐지지 않도록 그 기반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화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해 e-플랫폼 구축, ERP 고도화 등 디지털 사업에도 1500억원을 투자한다. 최근 자체 개발한 온라인 선복 판매 플랫폼 '하이퀏'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AI(인공지능) 운임 솔루션 적용을 비롯해 내륙운송까지 연계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박 부사장은 "사실 (디지털화 부문은) 투자가 늦어 경쟁사에 비해 뒤쳐졌다"며 "앞으로는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회사, 건강한 회사를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이 친환경 에너지의 선두주자가 되도록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과 임원들은 프리젠테이션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사장은 "(낮은 주가를 놓고) 상당히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HMM 주가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고 사업적 이슈보다는 다른 이슈인 만큼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는 것인데 주가가 낮은 것은 HMM 미래가 지금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회사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으면 결국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답을 하지 않았다.

최윤성 경영전략실장(전무)은 "현재 이익잉여금이 1800억원 수준으로 중간배당과 자사주를 매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이익잉여금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화와 관련해서 김 사장은 "민영화가 되든 안되든 지속가능성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꼭 필요한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M그룹이 지분 6.17%를 매입하면서 3대 주주에 오른 데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김 사장은 "SM그룹은 공식적으로 단순 투자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저희 쪽에 특별한 요청을 한 적이 없었다"며 "저희도 단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건전한 회사 운영으로 투자 가치를 올려드리려고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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