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들 고급화·희소성 요구...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선호↑
“브랜드 경쟁 심하면 기존 브랜드 의미 퇴색" 지적도

포스코건설은 최근  기존 주거 브랜드 '더샵'과 차별화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를 론칭했다. (사진-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은 최근  기존 주거 브랜드 '더샵'과 차별화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를 론칭했다. (사진-포스코건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하이엔드(high-end•최고급) 주거 브랜드 경쟁이 뜨겁다.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고급화’, ‘차별화’, ‘희소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최근 기존 주거 브랜드 '더샵'과 차별화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를 론칭했다.

오티에르는 프랑스어로 '높은, 귀한, 고급'을 의미하는 HAUTE와 '땅, 영역, 대지'를 의미하는 TERRE가 결합된 단어로 고귀한 사람들이 사는 특별한 곳이라는 의미다.

브랜드 핵심가치는 △나만의 순간 △특별한 경험 △여유로운 공간 △주목받는 디자인이다. 철저한 고객중심의 맞춤형 설계,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특별한 주거 경험을 제공하며 특히 공간배치와 디자인 면에서 타 아파트와 확실히 차별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여타 하이엔드 브랜드와 차별화된 상품을 론칭하기 위해 상당 기간 고심을 했고 산고를 치뤘다"면서 "오티에르는 고객에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의 주거공간과 서비스, 품격 높은 삶을 제공하고 주거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선망받는 삶의 특권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하반기 기존 주거 브랜드 'SK VIEW'와 차별화된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현재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신규 주거 브랜드를 하이엔드급으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드파인(deFINE)’, ‘라테오(Lateo)’, ‘에피토(Epito)’, ‘아펠루나(Apelluna)’, ‘제뉴(Genue) 등 5개 아파트 브랜드를 새로 출원했다. SK에코플랜트의 상표등록출원서를 보면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상업용 건축 상품에 이들 브랜드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정확히 하이엔드 브랜드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올해 브랜드를 출시하려고 지금 사업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가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선보일 경우 10대 건설사(시공능력 평가 기준) 중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는 총 7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디에이치), 대우건설(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아크로), 롯데건설(르엘) 등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주택 선택 시 브랜드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도시정비사업 사업장에서는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만 입찰이 가능하거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존 시공권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동작구 흑석 9구역 재개발 사업은 애초 롯데건설이 시공사였다. 그러나 조합이 롯데건설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르엘’을 적용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해 결국 시공권이 현대건설로 넘어갔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도 ‘e편한세상’ 브랜드를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아크로'로 바꿔 달라고 시공사인 DL이앤씨에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공 계약을 지난해 해지한 바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직방이 지난 3월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1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파트 브랜드가 아파트 가치(가격)형성에 주는 영향에 대해 87.4%가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경쟁 과열은 기존의 브랜드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주택포럼 공동 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다 보면 기존 가치가 하락해 소비자들이 가치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며 “브랜드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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