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2만8000원 확정…밴드 하단보다 18%↓
기관 수요예측 흥행 실패…상장 후 시총 1조 미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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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최초로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앞둔 차량 공유 업체 쏘카가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도 상장을 강행하기로 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이날부터 이틀간 개인투자자가 참여하는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사 삼성증권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약이 진행된다. 인수회사인 유안타증권을 통해서도 청약이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에서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이 63만2500~75만9000주로 가장 많고, 삼성증권은 26만8400~32만2100주가 일반청약자 물량으로 배정됐다. 유안타증권은 9100~1만900주다.

전날 쏘카는 지난 4~5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를 공시하며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희망공모가 범위(밴드)가 3만4000원~4만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밴드 하단 기준으로 17.6% 낮춰 잡았다.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영향으로 공모가가 밴드 하단을 밑도는 금액으로 정해진 것이다.

당초 올 상반기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조 단위 몸값의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 철회를 결정하고 하반기 기대주였던 현대오일뱅크도 상장철회를 하면서 쏘카 IPO 흥행에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쏘카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참패하고 공모가도 대폭 낮추면서 IPO 시장 분위기 반전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기관 수요예측에 총 348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이 56.07대 1에 그쳤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중 74.5%(290곳)가 희망공모가 밴드 하단 미만을 써냈다. 공모가 상단을 써낸 기관은 10곳(12.2%)에 불과했다.

1개월 이상 의무보유확약(보후예수)을 내건 기관도 전무했다. 15일 단기 보호예수를 건 국내 기관이 19곳이 있었고 나머지 국내외 329곳은 보호예수를 걸지 않았다. 미확약 기관은 상장 첫날부터 보유주식을 매도할 수 있어 시중 유통가능물량 증가로 주가 하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공모물량도 기존 455만주에서 364만주로 낮춰 잡았다. 일반 공모청약은 총 공모주식 수의 25%인 91만주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전량 신주 발행이며 공모 유입 자금은 총 1019억2000만원이다.

공모물량을 줄이고 확정 공모가를 낮추면서 상장 후 시가총액은 9666억원으로 줄었다. 기존 희망 밴드 기준으로는 1조2047억~1조5944억원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당초 상장 후 시가총액이 1조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장을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쏘카는 상장을 계속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낮은 공모가에 대해 "경제 긴축 기조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불안한 시장 속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대비 고평가 논란과 더불어 국내 렌터카 업체와 차별성으 크게 느끼지 못한 시장의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쏘카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상장을 진행해 기업 운영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쏘카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 다각화를 추진한다. 카셰어링(차량공유)을 포함해 전기자전거와 공유 주차 플랫폼, KTX 예약 기능이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앱)인 '슈퍼앱'을 완성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쏘카가 이날부터 일반청약을 시작한 가운데 첫 날 경쟁률은 3대 1에 그쳐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첫날 경쟁률은 3.33대 1, 청약증거금은 424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별로는 물량이 가장 적은 유안타증권의 경쟁률이 5.62대 1로 높았고 삼성증권이 3.82대 1, 미래에셋증권이 3.09대 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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