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한국 사회에선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감정이 폭발해 강력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분쟁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 하기 위해 지난 4일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층간소음 해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내 층간소음 1호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를 만나 층간소음 문제 해결 방법을 물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사진-이현주 기자)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사진-이현주 기자)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가 최근 시행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갈등 개선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는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주거문화개선연구소에서 진행한 일요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공동주택 사업자가 아파트를 완공한 뒤 사용승인을 받기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 검사를 하고 검사 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차 대표는 “법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준공평가 허가를 받을 때 하나의 필수 항목처럼 바닥충격음에 대한 사후 평가를 하고 있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전혀 색다른 것은 아니다”며 “제도 시행으로 큰 갈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조치로 시공사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소음 저감 기술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차 대표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권고 사항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보완시공이나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는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 건설사들이 제대로 안 지켜도 패널티가 없다”고 말했다.

새로 바뀐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측정 방식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기존 타이어(7.3㎏)를 1m 높이로 들어 올렸다가 떨어트리는 '뱅머신' 방식에서 배구공 크기의 공(2.5㎏)을 떨어트리는 '임팩트볼'(고무공) 방식으로 변경했다. 

차 대표는 ‘임팩트볼 측정방식을 사용하면 뱅머신 측정방식보다 소음이 훨씬 적게 측정될 수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선 층간소음 규제가 오히려 완화된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사진-이현주 기자)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사진-이현주 기자)

차 대표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비자들과 시공사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소비자들이 입주 전 직접 듣고 판단해서 문제가 있다면 시공사에게 건의해 보완을 요청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층간소음 기준을 손보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차 대표는 “현재 층간소음 기준이 너무 높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현실적인 층간소음 기준을 손보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제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에는 1분간 평균 43dB(데시벨), 야간에는 38dB을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인 30dB인 것을 감안하면 기준이 너무 높다. 이 때문에 많은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고통으로 민원을 제기하지만 대부분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다. 

차 대표는 공동주택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짚었다.

차 대표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층간소음 분쟁조정기구도 있지만 방문 조사가 이뤄지기까지 몇 개월씩 걸리기 일쑤“라며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 확대를 통해 다양한 생활 소음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차 대표는 대한민국 ‘층간소음 1호 전문가’로 꼽힌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석사·박사 과정을 밟았다. 지난 2007년부터 주거문화개선연구소를 설립해 각종 건축과 건축물 소음·진동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책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를 집필하며 층간소음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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