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천연가스 의존도 원유보다 낮아"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유럽 천연가스 급등 현상으로 인한 유럽과 글로벌 경기 악영향 우려가 점차 커비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은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이투자증권은 24일 ‘천연가스발 국내 에너지 쇼크 가능성은?’이란 보고서에서 유럽 천연가스 급등이 유로화 가치의 패리티 수준 붕괴, 즉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수준을 하회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동시에 유럽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더욱 다가가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 분수령이 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더불어 천연가스 가격 불안이 심화될 여지가 있다”며 “에너지 위기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위 ‘Winter is coming.’으로 대변되는 유럽의 겨울철 진입이 수급불안 공포를 현실시켜 1~2차 오일 쇼크에 버금가는 천연가스 쇼크가 현실화될 확률이 높다”며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비우호적으로 전개되면서 러시아측의 가스공급 중단 가능성이 농후해 현재 급등하고 있는 천연가스 가격이 얼마나 더 상승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천연가스발 유럽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될 경우에도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유럽발 천연가스 급등은 유로화 초약세 현상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 등을 통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오일 쇼크와 같은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그 근거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약 250% 상승했지만 국내 천연가스(혹은 LNG) 도입 가격은 약 90% 상승해 그친 점 △에너지원 중 천연가스 의존도가 19.6%로 원유(38.6%)보다 낮은 점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불구 유가의 하향 안정세라는 점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물가에 미치는 전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적인 점 △총수입 대비 천연가스 수입액 비중이 역사적 고점에 비해서 아직 크게 낮은 수준인 점 등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겨울철 유럽내 천연가스 공급불안 심화로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되고 이로 인해 유가마저 재차 급등한다면 국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 오일 쇼크에 버금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유럽내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유럽발 천연가스 쇼크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 경제가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국내는 미약한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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