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 자동차들 사이로 난데없이 마차가 등장했다. 카카오게임즈 인기 모바일 육성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용자들이 운영방식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과 31일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보낸 마차와 트럭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를 돌며 시위를 진행했다. 마차에는 ‘일본과의 차별대우’, ‘한국 유저 무시하나’ 등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번 시위는 한국 서버가 일본 서버와 비교해 공지와 소통이 미흡했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실존하는 경주마의 이름과 영혼을 이어받은 캐릭터들을 육성하고,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등 각 캐릭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쟁하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지난 6월 20일 국내 정식 출시 직후 양대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출시 두 달 후,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운영 문제로 이용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 서버와 다른 국내 서버 운영이 주된 불만이다. 이용자들은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인데 오역, 오타가 많고 계정마다 지급되는 핵심 아이템 ‘키타산 블랙 SSR’을 일본에서는 1년간 지급했으나 한국에서는 1개월만 줬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또 이 게임의 메인 콘텐트인 ‘챔피언스 미팅’이라는 ‘PvP’(플레이어 간 결투) 이벤트를 일본에선 대결 3주일 전부터 공지를 냈지만 한국에선 3일 전 공개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불만이 터진 국내 이용자들은 모금에 나서 마차 시위를 추진했다. 연이은 시위에 이어 운영 불만이 쏟아지자 카카오게임즈 측은 지난 1일 2차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이용자들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마차 시위 이후 사과문 게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우마무스메를 개발한 일본 게임사 사이게임즈와 협업 과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사이게임즈와 우마무스메 운영 논의 과정에 따라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공지 시점도 늦어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측의 사과문에도 2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소비자 일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며 카카오게임즈 측에 이용자 불만에 대한 추가 대응 방안을 요구했다.

소비자 일동은 "(앞서) 카카오게임즈에 공식적으로 성명문을 제출하고, 판교 마차시위를 개시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라며 "운영 능력 회복 가능성에 신뢰를 잃었고, 개발사를 탓하는 책임회피를 보며 희망조차 잃었다"라고 밝혔다.

소비자 일동은 카카오게임즈가 이달 5일 이전에 요구사항에 대해 답변하라고 요구하면서 성명문을 발표한 시점부터 규탄 집회, 불매운동, 집단소송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우마무스메 소비자 일동은 집단 환불소송을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떠들썩했다. 게이머들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게임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간 집단행동 경험이 쌓인 이용자들에게 트럭 시위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번 마차 시위에서 시위 모금 950만원이 모이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눈길을 끌기 위해 시위는 트럭에서 마차까지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용자들은 게임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게됐다는 입장이다. 소통 부재, 이용자 기만 등 게임사의 '눈 가리고 아웅'식 운영을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더 이상 일방적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게임사들의 운영이 최근 화두에 오른 이유다. 신작 홍수 속에서 중요한 경쟁력은 무리한 마케팅 관행, 과도한 비지니스모델(BM)이 아닌 유저들과의 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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