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요자 관망세 지속되면서 청약시장도 냉각
분양가 상승 압력도 영향 미쳐
분양업계, 경품·혜택 내걸며 미분양 막기 총력전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분양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약열기는 시들하고 미분양 물량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분양 현장에서는 값비싼 경품과 각종 혜택을 내걸며 미분양 막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700만354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2701만9253명 대비 1만5711명(0.06%) 감소한 수치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국 단위의 가입자 수가 지난 2009년 통장 출시 이후 7월 말 처음으로 줄었는데, 8월 말에 또다시 감소한 것이다.

특히 서울과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5대 지방 광역시의 가입자 수가 3개월 연속 줄었다. 서울의 경우 지난 5월 625만5424명에서 6월 625만1306명, 7월 624만435명, 8월 623만8313명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5대 광역시 가입자는 531만1330명에서 530만9908명, 530만5175명, 529만7724명으로 줄었다.

청약경쟁률도 하락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순위 청약 접수일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8월 17.3:1에서 지난달 2.8: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33.2:1에서 1.6:1로, 지방은 11.3:1에서 3.3:1로 떨어졌고 청약 최저 당첨 평균 가점도 전국적으로 25.7점에서 12.1점을 기록했다. 수도권은 40.8점에서 17.1점으로, 지방은 17.9점에서 10.0점으로 각각 낮아졌다.

미분양 사업장은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6월보다 3374가구(12.1%) 늘어났다. 

전국적인 미분양 물량이 3만 가구를 웃돈 것은 지난 2020년 5월 3만3894건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1509가구에서 7개월 만에 4529가구로 약 3배 불어났다. 지방은 같은 기간 1만6201가구에서 2만6755가구로 1만 가구 넘게 늘어났다.

이같이 청약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원인은 주택시장 침체 때문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 불황,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택 수요자의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청약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분양 사업장이 늘고, 평균 청약경쟁률과 청약가점이 낮아지는 현상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승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청약 인기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분양가의 영향을 미치는 기본형 건축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7월과 이달 각각 1.53%, 2.53% 상승했다. 

건설업계는 고가 경품과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미분양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의왕시 '인덕원 자이 SK뷰'가 청약자들 가운데 1명에게 벤츠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사진-인덕원 자이 SK뷰 홈페이지 캡쳐)
경기 의왕시 '인덕원 자이 SK뷰'가 청약자들 가운데 1명에게 벤츠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사진-인덕원 자이 SK뷰 홈페이지 캡쳐)

일례로 경기 의왕시 '인덕원 자이 SK뷰'는 청약자들 중 1명에게 벤츠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관심 고객으로 등록하고 청약 기간 내에 청약한 뒤 이벤트에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한다. 

앞서 경기 화성시 ‘동탄푸르지오 시티웍스’도 견본주택 방문자에게 벤츠 승용차를 걸고 이벤트를 진행했고, 경기 하남시 ‘미사 아넬로 스위첸’ 오피스텔은 BMW 자동차를 경품으로 제시했다. 경북 칠곡군 ‘칠곡 왜관 월드메르디앙웰리지’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여수 ‘더로제아델리움 해양공원’은 샤넬 핸드백을 경품으로 활용했다.

입주민의 관리비를 대신 내주겠다는 단지도 등장했다. 지난 3월 분양 이후 아직도 미분양 물량을 다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아파트 시설물 운영 수익을 활용해 입주민에게 3.3㎡당 1만원 가량의 관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분양가 10~15% 할인, 취득세 일부 지원 등의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일대에서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원주 레스티지’는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중도금 대출 이자를 지원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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