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빅스텝 단행...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진입
전문가 “매수세 위축에 하향 추세 가속화”
신규 분양시장 타격 불가피...미분양 속출 우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 시장이 또 한 번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지난 7월 이후 두 번째다. 한은이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

기준금리는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은 다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뜻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상승이 꾸준하면서도 동시에 급격히 인상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89~7.176%로 7%대를 넘어섰다. 변동금리도 4.40~6.848%로 7%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추가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대출금리가 연내 8%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부동산업계는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며 매수세는 더욱 위축되고,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등 당분간 주택시장엔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3일 기준 77.7로 지난주(78.5)보다 떨어져, 22주 연속 하락했다. 이번주 매매수급지수는 2019년 6월 17일(77.5) 조사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보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642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1000건 미만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신고기한이 남은 9월은 428건에 불과했다. 이날 기준으로 10월 거래는 33건 신고에 그쳤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금리인상은 매수심리 위축 등 부동산 시장에 악 영향을 미친다”며 “연내 추가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주택시장은 하락 또는 보합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 추세는 당분간 주택 시장을 냉각기로 밀어 넣을 것”이라며 “급격한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수요자의 자금조달 이자 부담을 키우며 주택거래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은 더욱 크게 억눌리고 매매량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며 "매수 심리 위축은 물론, 가격 하락으로 오히려 집주인이 매물을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내기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로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 3.23%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11월 3.13%로 바닥을 찍은 후 10개월 내리 상승하고 있다.

서 교수는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번 금리 인상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선호현상이 더욱 뚜려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분양시장에도 약재가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2722 가구로 작년 말 대비 85.8% 급증했다.

함 랩장은 “고금리 이자부담, 주택가격 고점인식 등으로 매수 관망이 커지며 저조한 주택거래와 함께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고금리의 영향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해 입지가 나쁜 곳들에서 미분양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들은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늘었다”며 “사업 위축·지연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