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35층·5778가구 규모 초대형 대단지로 탈바꿈
“기념비적인 사건이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 미칠지는 미지수”

서울시가 지난 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사진은 2021년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린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 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사진은 2021년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린 모습.(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년 만에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심의 통과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지만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 촉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은마아파트는 강남구 대치동 316번지 일대에 지난 1979년 준공된 28개 동, 4424가구 규모의 노후 아파트 단지다.

지난 1996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26년째 답보 상태를 지속했다. 2002년부터 안전진단에서 세 차례나 탈락했고, 2010년 네 차례의 도전 끝에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2017년 아파트를 49층 높이로 지으려다 '35층 층고 제한'을 도입한 서울시의 반대로 사업이 가로막혔다. 이후 재건축 사업은 지지부진해졌고, 올해 재건축 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5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다.

이날 통과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재건축된다.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공공기여를 위해 도시계획위원회가 제안한 보차혼용 통로와 1만3253㎡ 규모의 근린공원, 4081㎡ 규모의 문화공원 및 파출소도 건립할 방침이다.

은마아파트는 향후 조합 설립을 거친 뒤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받게 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17년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된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은 소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5년 만에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돼 수정가결됐다"며 "향후 강남구 일대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서울시의 심의 문턱을 넘었지만 조합설립, 상가문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변경,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담금 등 최종 재건축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심의 통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은마아파트는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확대라는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것으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꼽히는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심의를 통과한 것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은마아파트는 상징성 있는 재건축 단지 중 하나였다”며 “서울 도심 쪽에서 공급량을 확보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이은형 건정연 연구위원은 “현재의 정비사업 환경, 공사비 증가요인들과 금리인상에 따른 사업비 증가 등을 감안했을 때, 은마아파트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 촉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올라가는 시점인데다 대출 이자도 늘어나고 있어 은마아파트 심의 통과가 다른 사업지까지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라 재건축 활성화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은마아파트 주변에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상당수 있는데 그 지역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라 재건축 활성화로 이어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정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정비사업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