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에 34만가구,중장년층에 16만가구 공급
나눔형·선택형·일반형 등 주거선택권 다양화
전문가 “안정적인 공급 시그널 긍정적...다만 재원 확보 및 부지발굴 문제 발생할 수도”
청년 주거에만 집중...역차별 논란도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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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가 청년 및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기 위해 50만가구 규모 공공분양 주택공급 계획을 내놨다. 

공급물량 자체가 이전 정부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고 청년층의 내 집 마련 비용 부담을 최소화, 청약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 시그널을 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주택 공급을 위한 부지 발굴과 재원 확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26일 국무총리실 산하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정부 5년간 공급된 공공분양 14만7000가구 대비 3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50만가구 중 청년층에 34만가구가, 4050 등 중장년층에 16만가구가 공급된다. 

19∼39세 미혼청년을 대상으로는 특별공급(특공) 제도를 최초로 도입해 5년간 5만2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특공은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다자녀, 노부모 부양자 등 기혼자 위주로 운영해 미혼 청년은 소외돼 온 점을 고려했다.

신혼부부 공급은 15만5000가구, 생애최초 공급은 11만2500가구로 늘렸다.

지역별로 수도권 36만가구, 비수도권 14만가구다. 서울도 지난 정부 5600가구에서 6만가구로 확대 공급된다.

정부는 도시외곽보다는 국공유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인근 우수택지, 공공·민간 도심복합사업, 정비사업, 도시재생 등 역세권·도심 등 우수입지 물량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수도권 5만2000가구 등 총 7만6000가구를 인허가할 예정으로, 이 중 5만4000가구는 저렴한 분양가와 장기 모기지를 적용하는 물량이다.

공공분양은 각자의 소득·자산 여건·생애 주기 등에 맞도록 △나눔형(25만 가구, 시세 70% 이하로 분양하고 시세차익 70% 보장) △선택형(10만 가구, 6년간 살아보고 분양 여부 선택) △일반형(15만 가구, 시세 80% 수준 분양)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정부는 또 소득과 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이 공공분양 주택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지 않는 전용 모기지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나눔형은 최대 5억원 한도, 40년 만기로 저리의 고정금리(1.9~3.0%) 대출을 지원한다. 선택형은 입주 시점에는 보증금의 80%까지 1.7~2.6%의 고정금리로 전용 전세대출을 지원하고, 6년 후 분양 선택 시점에는 나눔형과 동일한 대출을 지원한다. 일반형에 대해서는 기존 디딤돌 대출을 지원하되, 청년층에 대해서는 대출한도와 금리를 우대 적용할 계획이다.

공공분양 청약제도도 개편된다. 그간 특공은 기혼자를 중심으로 운영돼 미혼 청년의 기회가 적었다. 앞으로는 선택형·나눔형 청약에 미혼 청년을 위한 특공을 신설하고, 일반형에는 추첨제를 도입한다. 상대적으로 자금마련이 용이한 무주택 40·50 계층을 위해 일반형은 일반공급 비율을 확대(15→30%)하고, 선택형에도 다자녀·노부모 등 특별공급을 배정(30%)할 계획이다.

민영주택 청약제도 역시 세대별 수요에 맞게 개선한다. 그간 투기과열지구 전용면적85㎡ 이하 중소형 평수는 가점제로 100% 공급돼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청년층의 당첨기회가 적었다. 이에 투기과열지구 내 1~2인 청년 가구 수요가 높은 중소형 평형에 추첨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전용면적 60㎡ 이하는 전체 일반분양 물량의 60%, 60~85㎡는 30%를 추첨제로 뽑는다. 현재 중소형 평형 추첨제 비율이 25%인 조정대상지역도 투기과열지구와 동일하게 추첨제 비율을 확대한다.

반면, 중장년층 수요가 많은 대형 평형(85㎡ 초과)에는 가점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가점 50%, 추첨 50%인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가점 80%, 추첨 20%로 비율을 조정한다. 조정대상지역 대형 평형도 현재 가점 30%, 추첨 70%에서 가점 50%, 추첨 50%로 가점 비율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새로운 주택모델을 적용한 공공분양주택 50만 가구를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한 제도개선 등을 조속히 완료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는 곳이 곧 신분이 되는 현대판 주거 신분사회를 타파하고, 집 걱정 때문에 포기했던 꿈과 희망을 돌려드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 시그널을 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이번 공급 계획은 주택 공급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내,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최근 주택시장이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 등으로 냉각되어 있지만 향후 대내외적인 경기 여건이 안정되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경우 될 경우 이에 준하는 공급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엔 경기위축 가능성과 금리 인상, 집값 고점인식 등이 겹치며 거래가 줄고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이지만 주택시장 회복기 집값 재불안이 일지 않도록 장기적 공급 시그널을 주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계획으로 서민과 청년층에 내집 마련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임 팀장은 “시세 대비 70~80% 수준의 저렴한 분양가와 초장기ㆍ저리의 정책 모기지를 결합해 청년 및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주거사다리 역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높은 이자 부담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가파른 물가상승 속, 자본이 부족한 청년・서민층이 좀 더 낮은 분양가와 장기 저리 모기지 등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자가 지원 정책이 필요했다”며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GTX 등) 우수입지의 발굴이나 특별공급 제도 개선, 가점·추첨제 공급비율 변경 방안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에 대한 공급규모가 큰 점에서 종전과 차별화되고, 다양한 주거선택권, 전용 모기지 등도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택 공급을 위한 부지 발굴과 재원 확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함 랩장은 “이미 공개된 공공택지 등을 제외하고 민간이 주도로 할 도심복합사업이나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 50만가구 총량을 맞추는 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PF(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 조달과 분양시장의 경기에 예민한 주택 개발 환경 상 금리인상의 종료와 경기위축 우려 등이 해결되지 않고선 민간부문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이번 계획에 중장년층의 수요가 많은 대형 평형(85㎡초과)에 가점제를 확대해 중장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청년층 공급 비중이 높은 점 등을 고려했을 경우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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