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연간 이자부담액 132만원 증가... 취약계층, 이자부담 급증으로 부실위험 상승
한경연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등 부채구조 개선 시급”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내년 말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17조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의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 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연간 52조4000억원 수준인 가계의 이자 부담액은 내년 말 69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7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이다. 개별 가구 단위로 환산시, 연간 이자부담액은 약 132만원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며 저소득상태 혹은 저신용인 차주)의 이자부담액이 가구당 약 330만원 증가하면서 부채부담 증가로 취약계층의 생활고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은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현재 0.56%에서 1.02%까지 높아질 것”이라면서 “최근 지속 중인 금리인상으로 ‘영끌, 빚투’족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금리인상으로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차입가계, 특히 취약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소비둔화, 대출원리금 상환지연 등으로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가계부채가 부동산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한국경제의 특성 상 향후 차입가계의 부채가 자산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지난해 6월 중순만 해도 3% 후반 수준이었지만 1년 반 만에 은행권에서 5%대 변동형 주담대를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등 서민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은행권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16일 기준 연 5.26~7.17%로 집계됐다. 전세자금대출(신규 코픽스)은 5.20~7.33%, 신용대출(금융채 6개월)은 6.12~7.46%로 조사됐다. 대출금리 상단이 모두 7%를 넘는다. 하단도 5%를 웃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지표로 활용되는 코픽스는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 자금 조달 경쟁으로 급등하면서 치솟았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98%로 전월 대비 0.58%p 상승했다. 이는 신규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2010년 1월(3.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상당폭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5~7%대에 머물고 있지만 곧 6~8%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년 10%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3%인 기준금리를 3.25~3.5%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인상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픽스 산정 요인 중 예ㆍ적금 상품의 금리 기여도는 80% 이상으로, 예금 금리를 인상하면 대출 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경연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잠재 리스크의 현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과 부실위험지표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등 부채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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