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LG 등 CEO급 유임
여성, 젊은 인재 발탁…성과주의 기류 반영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각 사)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4대그룹 연말 인사가 삼성전자를 마지막으로 마무리 됐다. 이번 재계 연말 인사는 미래 준비와 안정 속 변화, 여성 CEO 발탁 등으로 요약된다. 주요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 유임시키며 ‘안정’을 꾀하는 한편 미래 준비를 위한 3040 젊은 인재 발탁에 나섰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등 4대 그룹 모두 CEO 인사 폭을 최소화한 가운데 삼성과 LG그룹은 나란히 첫 여성 사장을 배출했다. 내년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를 주기 보단 안정에 방점을 뒀다. 또한 성과를 기반으로 '기술 인재'와 재무통을 전진 배치하며 글로벌 복합 위기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종희-경계현’ 기존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주요 사장단 대부분을 유임시켰다. 내년에도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이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노태문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사장)이 DX부문을 맡을 예정이다.

SK그룹도 대부분의 CEO가 유임됐다. 올해 인사를 통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장의 네 번째 연임이 확정됐고,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등 주요 CEO가 자리를 지켰다.

LG그룹 또한 ‘안정 속 혁신’을 택하며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유임시켰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변화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부사장이었던 루크 동커볼케 CCO를 사장으로 승진시켰고, 기존 자리에 있던 3명이 사장에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내년도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3040 리더들이 대거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먼저 LG는 신규 임원 114명 가운데 92%를 1970년 이후 출생자로 채웠다.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우정훈 LG전자 수석전문위원(상무)으로 39세다. 우 수석전문위원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가전 및 씽큐(ThinQ) 앱의 성능 향상 등에 기여해 승진했다.

삼성전자 역시 30대 상무(3명)와 40대 부사장(17명) 등 젊은 리더를 전면 배치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는 '갤럭시 S' 시리즈와 폴더블폰 등 주력 제품 하드웨어 개발을 주도한 문성훈(48)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1그룹장(부사장)이 승진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RF 신호 전송, 플렉서블 PCB 등 미래 주력기술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한 배범희(37) 생산기술연구소 하드웨어기술그룹 상무가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는 모뎀 시스템 전문가로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 제품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한 시스템LSI사업부 모뎀개발팀장 이정원(45) 부사장이 진급했고, 플래시 제품개발 전문가인 이병일(39)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1팀 상무도 승진했다.

이번 임원 인사에 승진한 '3040 리더'들의 공통점은 기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도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경제 불황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한발 앞서 도전적으로 준비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을 수 있도록 젊은 리더와 기술 분야 인재 발탁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인사에서 첫 여성 CEO가 배출된 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을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영희 사장은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2007년 입사 후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전까지 삼성 계열사 내 여성 사장은 이재용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유일했다.

삼성전자는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K 창사 이래 첫 '여성 CEO' 타이틀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이 차지했다. 이번에 CEO로 발탁된 안정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최고운영책임(COO)은 야후·네이버·쿠팡 등을 거친 이커머스 전문가다. 11번가가 최근 성공적으로 론칭한 여러 인기 서비스를 직접 기획했다. 안 COO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대표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LG그룹에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정애 사장이 내정됐다. LG그룹 공채 출신인 이 사장은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이후 생활용품시장 1위 자리를 확고하게 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그룹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부사장에 오른 바 있다.

국내 주요 기업에 부는 여풍이 거세지면서 여성 전문경영인 입지가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오너 일가 출신이 아닌 여성 임원들의 CEO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유리 천장이 특히 견고했던 4대 그룹에서 여성 CEO가 탄생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젊은 인재들과 여성 CEO를 기용하는 인사기조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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