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관치금융 인사 노골화 우려
우리ㆍBNK금융, 기업은행 외부 출신 거론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 (사진=NH농협금융.)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 (사진=NH농협금융.)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사실상 확정됐다. 당초 연임이 우세하던 내부 출신이었던 손병환 현 농협금융 회장이 낙마하고 외부 관료 출신 인물이 발탁되면서 관치 금융이 부활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로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자는 예산,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해 실물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정확한 정책 판단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농협금융 임추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임추위 측은 “지난달 14일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고 후보자 추천까지 약 한 달간 내·외부 후보군에 대해 종합적인 경영능력과 경력, 전문성 및 평판 등을 중심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를 진행했다”며 “수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와 심사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했으며, 심층 면접 진행 후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석준 후보자를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현재 복합적인 요인으로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통해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농협금융의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회장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이석준 신임 회장 후보자는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는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으며,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손해보험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며 금융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보유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CEO로서 필요한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 CEO 교체 관치금융 부활하나?

(사진 좌측부터)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사)
(사진 좌측부터)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사)

금융권은 NH농협금융이 낙하산 인사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선 손병환 회장이 1년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손 회장은 취임 첫 해 2조291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데다 내부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워 연임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던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윤석렬 정부의 관치금융 부활이 노골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경우 3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예상을 깨고 지난 8일 프레젠테이션(PT) 방식의 개인 면접을 마친 뒤 스스로 전격 사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갑작스런 조 회장의 용퇴 결정을 두고 정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에게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중징계(문책 경고)를 내리는 등 금융권을 압박하자 신한금융 전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권 인사에 작심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의 제재안을 원안대로 확정했다.  금융위가 손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1년 6개월동안 미뤄왔던 징계를 갑작스레 결정한 것이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하루 뒤인 지난달 10일 손 회장의 소송 가능성과 관련해 "당사자께서도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까지 터진 만큼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손 회장 후임으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전직 관료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내년 1월 2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자리에도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기업은행 안팎에서 윤 행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각각 1989년과 1986년에 기업은행에 입사한 김성태 현 기업은행 전무와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 내부 인사들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정 전 원장이 가장 유력한 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13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을 결정할 계획인 BNK금융도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 4대 천왕' 중 한 명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 전 회장은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공개지지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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