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 목소리로 유례없는 경기침체 언급
고객 신뢰경영 강조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각 사)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계묘년 새해를 맞아 내놓은 신년사 키워드는 ‘위기 극복’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기 대응을 강조하며 친환경 전략과 신사업으로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2일 삼성전자는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2023년 시무식을 열고 올해 첫 업무를 시작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신년사에서 "위기 때 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 삼아 다시 한번 한계의 벽을 넘자"며 "과감한 도전과 변신으로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어 “2023년은 ‘신 환경경영전략’을 본격화하는 원년이므로 친환경 기술을 미래 경쟁력으로 육성하고, 삼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내일을 만드는 것이 되도록 하자”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당부했다. 또 열린 조직 문화, 준법 문화 정착 등도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새해 인사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가치로 ‘관계’를 꼽았다. 최 회장 “이제는 기업에게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로,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며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의 크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신뢰의 전제조건으로 데이터를 꼽았다. 새로운 국가와 시장을 발굴하는 등 관계와 네트워크의 확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달 20일 일찌감치 신년사를 담은 영상을 LG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구 회장은 ‘위기’를 언급하는 대신 “임직원 모두가 LG의 주인공이 돼 ‘고객 가치’를 찾는 한 해가 되자”고 독려했다.

특히 구 회장은 더 높은 고객가치에 도전하는 구성원들을 ‘고객가치 크리에이터’라고 정의하면서 “구성원 각자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어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 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고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오프라인 신년회를 연다. 오는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직접 신년사를 발표한다. 코로나 19로 중단됐던 대면 신년회가 열리는 것은 3년 만이며 남양연구소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사업의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자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향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다. 신 회장은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긴 안목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메디컬, 바이오, 모빌리티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분야에서는 선도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쌓고, 기존 영역에서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과감한 시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 한 해 한층 더 어려워진 대외 여건에서도 멈추거나 움츠러들지 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선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을 이끄는 글로벌 메이저 사업으로 키워나갈 뜻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긴축과 경기침체로 대외 여건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며 “오직 한화만 할 수 있고 한화가 해야만 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심화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활동과 국가 안보는 더욱 밀접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국가를 대표하는 방산·에너지 사업군을 꾸준히 만들고 키워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최근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을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을 이끄는 글로벌 메이저 사업으로 키워나가자고 당부했다. 또 기존 유화·금융·건설·서비스 등 기존 주력사업도 현재 성공이 단기 특수에 그치지 않도록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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