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 속 근무 생산성 제고 나서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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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실시해 온 IT업계가 속속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기업들이 최근 사무실 출근으로 근무방식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해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면 사무실 출근이 더 효과적이란 사측 결정이지만 일부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시행해왔던 기업 중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기로 했다.

카카오엔터 노사는 재택근무 대신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노사는 이달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근무 방식을 정하고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라면 카카오엔터 임직원이 본사(3월)보다 먼저 사무실로 나오게 된다. 전면 출근보다는 ‘주 4일 출근, 1일 재택’ 처럼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방식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카카오 그룹에서 이같은 근무제 전환을 확정한 주요 법인은 본사,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카카오엔터가 세 번째다. 지난달 27일 본사가 가장 먼저 올해 3월 1일부터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고, 이어 카카오게임즈도 “정부의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 해제에 맞춰 재택근무를 종료하겠다”고 했다. 카카오엔터에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도 노사 간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중으로, 역시 재택근무를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는 채용 축소, 인건비 조절에 이어 출근제 도입을 통해 근무 생산성을 개선하려는 모습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둔화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라는 겹악재 분위기를 헤쳐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의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은 1조 858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8% 성장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503억 원으로 역성장했다.

SK텔레콤은 다음달부터 자율적으로 운영되던 재택근무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한다.

SKT는 "엔데믹 전환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구성원의 역량 결집을 통해 대응하는 차원에서 구성원 자율 기반의 'Work From Anywhere'(어디서나 근무·이하 WFA) 근무 방식을 오는 2월 1일부터 WFA 2.0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사내 공지했다. 이에 따라 그간 조직별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던 재택근무가 주 1회로 제한된다.

그러나 SKT는 "WFA 2.0은 구성원의 메인 오피스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출·퇴근 편의 및 외근 등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거점 오피스를 앞으로도 구성원 자율로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저질환이나 임신기 구성원 등 감염 취약 계층은 조직장 승인에 따라 재택근무 횟수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도록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올해부터 전면 재택근무(필요시 주 1회 사무실 근무)에서 주 3회 사무실 출근으로 바꿨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 사태로 전면 재택근무제를 시행하면서 필요한 경우 주 1일정도만 출근해 왔다.

주요 게임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은 일찍이 지난해부터 재택근무를 끝내고 전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신작 출시 지연이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사무실 출근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IT 업계가 출근 강화에 나서는 것은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고 소통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판단 때문에서다.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다만 직원들이 코로나 팬데믹 3년간 재택근무제에 적응해왔던 만큼 다시 과거 근무제도로 돌아가는 데에는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직장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사무실 출근이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근무제도가 퇴화하고 있다", "출퇴근길이 벌써부터 고되다" 등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IT업계 종사자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에 익숙해졌는데 사무실 출근으로 바뀌면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경쟁사로 이직을 고민하는 동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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