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27일 최종 후보 2~3명 선정
노조 "정권 교체 전리품 아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면서 연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확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임 전 위원장이 롱리스트에 포함되자 성명서를 내고 외부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19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 8명을 확정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내부출신 5명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외부출신 3명이다.

이 가운데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내부출신인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외부출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7일 롱리스트 8명 후보 중 2~3명의 숏리스트를 선정한 뒤 다음 달 초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그간 명확한 입장을 유보했던 임 전 위원장이 전날 “(우리금융) 회장 후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최종 후보자로 임 전 위원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임 전 위원장이 후보로 나설 경우 금융 당국 지지에 대한 의사소통이 있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초 임 전 위원장은 1차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 며칠 더 고민해보겠단 입장을 전했지만, 설 연휴 기간 주변과 상의한 후 결과적으로 수락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 당국 수장을 지냈던 임 전 위원장의 출사표에 금융권 관치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노조는 지난 19일 임 전 위원장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며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임 전 위원장이 과거 우리은행 직원들에게 정부의 경영개입을 막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노조 측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우리은행 노조는 "임 전 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때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고 당시 우리은행 민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경영'임을 주장했다"면서 "우리은행이 2001년 공적자금 투입 이후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경영간섭'이라고 말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인사들이 우리금융 수장 자리를 노린다면 스스로 관치를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민간금융회사 수장 자리를 마치 정권 교체의 전리품처럼 나누려는 구태의연하고 추악한 시도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우리는 외부 낙하산이 얼마나 조직발전에 위해가 되는지 뼈져리게 경험한 바가 있으며 더 이상 전문성과 경험이 결여된 외부인사들의 보금자리로 추락시킬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사회가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노조는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직원들을 대표해 관치금융 합리화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관치 금융 지적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것이 경영자율성"이라며 "그런데 제가 가면 경영자율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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