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업계 사망자 341명...떨어짐이 204명으로 절반 이상 차지
전문가 “현장 위험 개선보다 경영자 책임 회피 노력”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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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지만 안타까운 사망사고는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 모두 불만인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손질을 예고했다.

2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됐다.

이 법은 안전조치 미비로 발생한 산업재해를 ‘기업범죄’로 보고 강력히 처벌하는 법이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를 유발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이 아니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4년 1월까지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지난해 건설사고는 끊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에서는 328건의 사고가 발생해 34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과 제조, 기타업종을 다 합친 재해조사 대상의 사망사고가 611건, 644명이라 이 중 절반의 사고가 건설업종에서 발생한 것이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341명 중 '떨어짐'이 204명(59.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무너짐 25명(7.3%) △끼임 24명(7.0%) △부딪힘 23명(6.7%) △물체에 맞음 23명(6.7%)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인 안홍섭 군산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사들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지만 현장 위험 개선보다는 경영자 책임 회피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설노동자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현장에서는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25일 서울 강남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건설현장 실태 폭로 및 건설사-정부-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안전보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8일 건설노동자 7573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1년간 건설 현장의 안전 대응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달라졌다'는 응답은 21.6%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계도보단 실적위주, 사진찍기용 형식적 안전교육, 노동자 참여 보장 않는 안전협의체, 눈·비가 와도 일하면서 말로만 안전 이야기하고 빨리빨리 강요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또 "수백명이 건설현장에서 피 흘리며 죽어나가고 중대재해법 위반 사항이 적발돼도 건설사 혹은 사업주, 경영책임자 처벌은 0명"이라며 "중대재해법을 엄중 적용과 건설현장 적폐청산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후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재해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며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전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재해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며 “처벌중심의 법보다는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또한 지난 25일 보고서를 통해 "중대산업재해 정의, 경영책임자 개념과 그 대상, 원청의 책임범위 등이 불명확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달리 범죄 혐의 입증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에서 “중대재해와 관련한 정책을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기규율(자율) 예방 및 엄중 처벌’로 전환하겠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키고 오는 6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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