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분양 주택 6만8107가구...위험선 넘어
주택건설업계, “미분양 주택 매입 등 정부 적극적인 개입 필요”
국토부 “아직 매입 나설 단계 아니야...건설사 자구 노력 선행돼야”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택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사 줄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적극 개입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건설사 실패를 왜 국민 세금으로 떠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전월보다 17.4%(1만80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연속 1만가구씩 늘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가구를 넘어섰다.

부동산업계는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고금리와 집값 하락으로 청약 인기가 시들해지며 청약 미달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1순위 청약 미달률(청약미달 가구 수를 전체 공급 가구 수로 나눈 결과)은 지난해 11월 28.6%에서 12월 54.7%, 올해 1월 73.8%로 상승했다. 작년 1월 전국 1순위 청약 미달률이 0.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73%포인트 높아졌다.

청약경쟁률도 작년 1월 12.6대 1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0.3대 1로 바뀌었다.

주택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사 줄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적극 개입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거나, 미분양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제외하는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건설사 실패를 왜 국민 세금으로 떠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연연대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마구잡이 미분양 아파트 매입이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주택 호황기 때 건설사들이 세금을 더 내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없는데 건설사의 미분양 책임을 정부가 떠안아 주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미분양 물량이 늘면 자금력이 약한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매입보다는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악성 미분양은 준공 뒤 미분양이 된 경우이고, 일반적인 선분양 단계에서 발생하는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주택시장 위기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검토를 지시한 것에 대해 시장 상황을 보면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 다시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원장관은 이어 "지난 7~8년 국내 주택경기(호황)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어차피 사이클은 타는 것"이라며 "기업 나름대로 해외 건설을 추진하든, 자구 노력을 해야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정부 보고 떠안으라거나 구제금융을 하라는 것은 시장경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