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의 탄소 감축 실행 계획 공개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 사옥.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LG그룹이 국내 최초로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넷제로, 탄소 순 배출량 없음)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그룹의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LG 외에도 삼성전자, SK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탄소 배출량 감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일 LG그룹에 따르면 구체적인 탄소 감축 이행 목표를 담은 그룹 차원의 'LG 넷제로(net zero) 특별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내에서 개별 기업이 아닌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추진 계획을 보고서 형태로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LG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LG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블루수소, 그린수소 기술 등 탄소 저감을 위한 신규 기술 개발 등에 2030년까지 약 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중장기적으로 탄소를 직접적으로 흡수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산림조성 등 상쇄사업도 최대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LG유플러스 등 그룹 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99%를 차지하는 7개 사가 실질적이고 단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 발간은 지난해 그룹 차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에서 밝혔던 ESG 전략 이행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LG는 ESG 경영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번 넷제로 보고서 발간을 통해 계열사별로 서로 달랐던 탄소중립 목표와 실행 방안을 그룹 차원의 목표로 통합해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LG그룹의 일관된 기준을 적용한 '그룹 통합 로드맵'을 제공한다.

LG는 그룹 통합 로드맵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탄소 규제, 국가 단위 배출권, 재생에너지 가격 기준 및 전망 등에 근거한 탄소중립 이행 표준을 수립하고, 계열사들의 탄소중립 관련 배출, 감축, 투자 현황 및 실행 계획 등을 검증하고 구체화했다.

LG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연료를 사용하며 직접 배출하는 탄소(스코프1)와 화력발전 전력 사용 등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스코프2)를 2018년 대비 2030년 27%, 2040년 62% 감축시킨 뒤, 2050년까지 100% 감축해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스코프(Scope)는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온실가스 배출원 분류 체계다. LG는 향후 사업장 외에서 발생하는 탄소(Scope3) 배출량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일관된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LG는 △2050년까지 주요 계열사의 필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 △온실가스 배출량 직접 감축 △탄소 직접 흡수·제거할 수 있는 산림조성 등 중장기적 상쇄사업 발굴 △기후 거버넌스 중심의 탄소중립 이행체계 구축 및 모니터링 강화 등의 탄소중립 4대 전략을 수립했다.

LG는 2050년까지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의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 사용 비율을 △2025년 54% △2030년 83% △2040년 94% △2050년 100%로 지속해서 높여 나갈 예정이다. 해외 사업장은 2030년까지, 국내 사업장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

LG는 온실가스 배출량 직접 감축을 위해 고효율 설비 교체를 통한 에너지 효율 개선, 폐열 회수 사용, 바이오 연료 활용을 통한 화석연료 대체, 공정 가스 제거를 위한 저감 설비 설치 등의 감축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그룹 ESG협의체와 그룹 기후변화협의체 등은 계열사들의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성과를 관리한다.

LG 관계자는 이번 넷제로 보고서에서 "전자·화학·통신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는 LG 계열사들의 탄소중립 현황과 목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로드맵(종합계획)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30일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 체계를 구축하고 제3자 검증을 완료했다.

전과정평가는 원료의 채취와 가공, 제품의 제조·운송·사용·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투입되는 물질과 에너지, 배출되는 폐기물 등을 정량화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산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중 반도체 제조사가 통제 가능한 범위인 원재료 수급 단계부터 제품의 생산ㆍ패키징ㆍ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산출한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국제표준에 의거해 전과정평가 체계를 완성했으며, 글로벌 에너지ㆍ환경 전문 인증 기관인 DNV의 검증도 마쳤다. 이로써 전과정평가를 국제표준에 맞게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산출된 탄소배출량 또한 신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탄소배출량 수치는 반도체와 반도체가 사용되는 제품·시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며, 저탄소 반도체 개발을 앞당기고 배출량 감축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한국·미국·중국에 위치한 글로벌 반도체 생산과 패키징 라인에서 만들어지는 전 제품을 대상으로 전과정평가를 운영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반도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탄소배출 뿐만 아니라 물과 자원 등으로 확대해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수립할 계획이다.

송두근 삼성전자 EHS 센터장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해왔다”며 “향후 전과정평가 체계를 기반으로 반도체 관련 환경 정보 공개에 투명성을 높이고 고객사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미 2021년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2050년)보다 앞서 넷제로 경영을 조기에 달성하자고 결의했다.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t)의 1%(2억t)를 줄여 넷제로 경영에 속도를 높여 간다는 계획이다.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역시 계열사들과 함께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올 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이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회사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2년까지 창립 이후 직접 탄소 배출량인 4억8000만톤을 줄인다는 목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최근 회사 공식 보도 채널을 통해 “올 타임 넷제로는 우리만의 차별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라며 “세상과 약속하는 화두라는 점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이것이 곧 회사의 기업가치라고 보고 실행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도 계열 모든 회사들과 함께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탄소 감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 중”이라며 “중기 탄소 감축 방안을 구체화하고, 플라스틱 리사이클, 폐배터리 재활용(BMR·Battery Metal Recycle) 등 친환경 사업 및 제품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 중심 사회로의 전환(Electrification)을 위한 청정 에너지 생산, 리사이클 밸류체인 확보 등을 통해 뉴 그린 포트폴리오를 강력하게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그린 포트폴리오 디자이너, 디벨로퍼라는 정체성을 추구해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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