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연봉 인상으로 구조조정 ·조직개편 수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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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호황을 누렸던 게임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앞다퉈 연봉 인상과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리던 게임사들이 신작 부진,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긴축 재정에 나선 것이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이 잇따라 조직 개편이나 전환 배치 등 경영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북미법인 '엔씨웨스트'는 비개발 인력 중심으로 직원 20%를 감축했다. 2021년 7월에 합류한 제프 앤더슨 엔씨웨스트 CEO(최고경영자)도 회사를 떠났다. 엔씨소프트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웨스트홀딩스는 분기 매출 1193억원과 영업손실 169억원을 기록했다.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매각한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도 대규모 조직개편 중이다. 오는 17일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유니버스 사업부 소속 70여명을 대상으로 다른 프로젝트로 재배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만약 직원이 재배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먼저 이직·퇴직을 문의하면 최대 6개월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트릭스터M’과 ‘프로야구H3’를 개발한 개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도 11년 연속 적자 끝에 지난해부터 조직개편에 돌입했다. 기존 게임 유지·보수에 필요한 최소인력만 남기고 60% 이상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도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메타버스월드의 직원들 일부를 넷마블에프앤씨로 전환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국내외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관련 사업의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넷마블이 신사업 담당 기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쿠키런’ 시리즈를 서비스 중인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사업을 종료하고 해당 인력들을 타 프로젝트 부서로 이동시키거나 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 권고 사직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데브시스터즈가 이들에게 당일 퇴사 통보를 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해고가 아닌 인사 조정”이라고 해명했다. 사업을 축소하고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의사 소통 오류가 일어났다는 입장이다. 해고가 아닌 다른 부서나 자회사로 재배치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엔픽셀도 지난해 연말부터 경영 효율화를 목표로 조직개편을 진행해오고 있다. 일부 인력 구조조정과 복지축소 등 체질개선에 나섰다.

엔픽셀 관계자는 “인력조정과 인사이동 등 경영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게임업계 전반에 부는 구조조정 바람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2021년부터 이어져온 연봉 인상 릴레이가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이다. 과도한 연봉 인상으로 영업비용은 증가했으나 신작 흥행을 통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 이유에서다.

억대로 치솟은 연봉이 수익성에 부담이 된 가운데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닥치면서 긴축재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IT기업 직원들 사이에는 재택근무 폐지 등 복지혜택 축소가 구조조정 ‘신호탄’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연봉 인상 릴레이 열풍이 불면서 인건비 지출로 비용 부담은 늘었지만 신작 흥행이 부진했다”며 “당분간 업계 전반에 인력감축과 복지 축소 등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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