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분양 주택 6만8107가구...위험선 넘어
할인분양, 분양일정 조정, 시공권 포기 등 미분양 줄이기 총력
전문가 “연착륙 대책 발표 이후 분양시장 개선됐지만 여전히 어려워”
대한주택건설협회, “미분양 주택 매입 등 정부 적극적인 개입 필요”

평촌 센텀퍼스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사진-이현주 기자)
평촌 센텀퍼스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사진-이현주 기자)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건설사들이 미분양 급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걸거나 분양일정을 미루는 등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8107가구로 전월보다 17.4%(1만80가구) 증가했다. 지난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1년 전 1만7710가구에 불과했던 미분양 물량이 1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는 매달 1만 가구씩 증가하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분양 현장에서는 미분양을 막기 위해 옵션 무상제공, 중도금 무이자 등 각종 혜택을 내걸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할인 분양 카드까지 꺼낸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스타힐스'는 기존 분양가에서 10%를 할인해 분양 중이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 지원과 선착순 계약자에 축하금 400만원과 공기청정기를 제공한다. 또 대구 수성구 '시지라온프라이빗'도 입주지원금 7000만원과 중도금 무이자 등을 내걸고 분양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분양에 들어간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센텀퍼스트’도 최근 ‘분양가 10% 하향 조정’을 내걸었다.

매서운 미분양 한파에 건설사들은 분양일정을 미루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1월5일 기준) 조사한 1월 분양 예정 단지 10곳 중 실제로 분양이 이루어진 단지는 4곳에 불과했다.

10개 단지 총 7275가구 중 일반분양은 5806가구였으나 실제 분양은 4개 단지 1549가구에 그쳤다. 분양이 지연된 일반분양 가구수만 4257가구에 달했다.

미분양과 사업성을 고려해 시공권을 포기하는 건설사도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행사 측에 시공권 포기를 통보했다. 

이 사업은 총 480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공사로 지난해 시행사가 토지 매입과 인허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브리지론으로 증권사·캐피털사 등에서 약 1000억원을 조달했다. 

대우건설은 이 중 440억원을 보증하고 1600억원을 공사비로 받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으로 브릿지론 금리가 크게 오른 데다 미분양도 증가하면서 자체 자금으로 브릿지론을 갚고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브릿지론은 불안정한 대출구조이기 때문에 계약 이후에 사업을 포기한 건설사는 많다”면서 “본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금융기관이 제시한 금리와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고 미분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손실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견건설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크로시티' 개발사업을 포기했다. 총 966가구 규모로 오는 7월 입주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한건설협회의 '건설사 경영여건 실태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가 시공에 참여 중인 PF 사업장 231곳 중 32곳이 공사 지연 또는 중단됐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자재수급 차질'과 'PF 미실행 등 자금조달 어려움'이었다. 이 두 가지가 전체 65%를 차지했다.

이들 회원사는 부동산 PF 위기 원인으로 △부동산시장 침체 △공사비 증가 △금리 상승 △금융기관 대출 축소·연장 거부를 꼽았다.

한편, 2월 분양전망 지수는 전달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월(58.7)보다 12.4포인트 오른 71.1이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 100 미만이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권지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규제완화와 금융지원 등 주택시장 연착륙 대책이 발표됐지만, 고금리와 경제 위축 등 불확실한 경제 변수에 의해 여전히 분양 시장은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홍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거나, 미분양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제외하는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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