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은행은 돈 잔치, 국민은 고통"
은행 직원 '기본급 300∼400%' 성과급 지급
주요 은행 희망퇴직자 평균 6억~7억 원 받아
은행권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력 효율화 등을 위해 불가피"

(사진=일요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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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과도한 성과급과 거액의 퇴직금 지급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은행권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은행들이 거액의 직원 성과급이나 희망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더욱 확산되면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은행들이 최근 고금리 여파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별다른 노력없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 수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고 홍보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행태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도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연일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지난해 유동성 악화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으로, 전년보다 20.04% 증가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반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2022년 성과급 총액은 1조 3823억 원으로 전년 1조 193억 원보다 3629억 원 늘어났다. 1년 사이 성과급 총액이 약 35% 증가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이 670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2044억 원, 신한은행 1877억 원, 하나은행 1638억 원, 우리은행 1556억 원 순이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임원 1인의 2022년 성과급은 KB국민은행이 15억 7800만 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국민은행의 직원 1인이 받은 최고 성과급이 2300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약 68배 차이가 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4일 은행 성과급과 관련 “은행의 성과평가체계가 단기 수익지표에만 편중되지 않고 미래 손실 가능성 및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토록 하는 등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말 연초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특별퇴직금으로 평균 3~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1인당 평균 3억8200만 원, 신한은행은 3억4400만 원, 우리은행은 4억43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1분기 하나은행은 희망퇴직자 478명에게 1637억 원을 지급했으며 1인당 평균 3억4200만 원이었다.

여기에 법정퇴직금까지 합하면 6억~7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많게는 10억원 이상을 받는 직원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민들의 급등하는 금리로 빚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년 전 초저금리 환경에서 수억원을 빌린 사람 중에는 이자가 처음의 2배 수준을 넘어선 경우도 있다.

서민가계가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데 “은행만 이자장사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인만큼 성과급 체계나 경영진 연봉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나 막대한 수익을 주주와 임직원 성과로만 배분하는 대신 위기 시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을 적립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향후 부실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므로 은행은 증가한 이익을 바탕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이나 사회 공헌 활동 내역 등도 더 면밀하게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은행권은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비판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력 효율화 등을 위해서는 수억 원의 희망퇴직금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일각에선 “은행의 공공성은 인정하지만 정부 압박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매년 수억원대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신규 채용 및 디지털화에 따른 점포 축소로 인한 인력구조 개편 등경영 효율성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권이 상생 금융 등 사회적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면서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권은 취약계층 대상 대출금리 인하 등 추가 ‘상생 금융’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송금 및 중도 상환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고, 대출 금리도 깎아주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은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취약 차주에게는 대출을 예정보다 일찍 갚을 때 내는 위약금인 중도 상환 수수료도 1년 동안 면제했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도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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