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 속도조절 및 통신·금융 정조준
통신3사, 3월 한달 30GB 데이터 무상 제공
은행권, 취약층에 10조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공공요금 인상의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최근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통한 고수익으로 성과급 잔치 비판에 이어 민생 챙기기에 나섬에 따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올들어 전기료 폭탄 등 공공 요금의 가파른 상승세에 민심이 악화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공공요금의 줄인상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에너지 요금의 내용과 속도 조절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통신·금융 분야 개선 △업계의 물가안정 고통 분담 등을 강조해 ‘민생 챙기기’ 기조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요금, 에너지 요금, 통신비용, 금융비용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4대 민생 분야’에 대한 지출 부담 경감과 취약계층 지원 강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또한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고, 지방정부도 민생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공공요금의 인상 자제와 함께 공공재 성격이 강한 분야의 업계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난방비 폭탄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고 지지율 하락을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고조되면서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요금의 인상 자제를 촉구하고 '공공재' 성격이 강한 통신·금융 관련 기업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임으로써 요금인상 자제와 서민 및 취약계층 지원책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이같은 공공성 요금의 대대적인 인상 자제와 연기 방침이 '상반기까지'란 단서가 달려있는 일시적인 미봉책이어서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통신업계를 향해 '공공재적 성격' '정부의 특허사업' '독과점 형태'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혜택을 누려온 만큼 경제가 어려울 때 공적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주문에 관련업계는 바로 화답(?)했다.

먼저 통신업계는 국민들의 데이터 이용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3월 한 달 동안 각 사의 이동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데이터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KT는 19세 이상 이용자에서 30㎇를 추가 제공하고 LU유플러스는 모든 이용자에게 가입한 요금제의 데이터 기본제공량만큼 데이터 쿠폰을 제공할 예정이다.

통신비를 절감 차원에서 5G 요금제 구간 다양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40∼100GB 등 현재 부족한 구간의 요금제가 상반기 내 추가 출시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기간 선택 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검토중이다.

5G 일반 요금제보다 가격이 저렴한 시니어 요금제도 출시, 고령자 연령대별로 혜택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이미 5G 시니어 요금제를 운용 중이다. SK텔레콤과 KT는 다음 달 중 관련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3월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면서 '서민 물가부담 경감'과는 한참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은행권도 고금리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직원들에겐 거액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지급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윤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날선 비판에 곤혹스러워하면서 대출금리 인하와 서민과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돈잔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강하게 은행권을 비판한 이유는 국민들의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고금리리로 인해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권을 향해 사회적 책임을 주문한 것이다.

이같은 비판에 은행권은 3년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0조 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5일 은행 이익의 사회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향후 3년간 취약계층 지원에 10조 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먼저 은행권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 5000억 원을 활용해 저소득·저신용자 등에 3년간 약 3조 원을 지원한다. 주요 공급 내용으로는 취약차주 긴급생계비 지원,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지원, 중소기업보증지원 확대, 기타 공익사업 확대 등이다.

또한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특별출연 확대로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 등에 3년간 약 3조 원을 공급한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공적 보증기관에 대한 특별출연금을 기존 연 2600억 원 수준에서 3200억 원 수준으로 증액해 자금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취약계층 등 경제적 어려움이 경감되도록 서민금융 공급도 대폭 확대한다. 은행권 서민금융 상품 공급을 기존 목표(연간 6조4000억 원)대비 연 6000억 원씩 확대해 3년 간 공급한다.

2금융권 고금리 신용대출을 은행권 대출로 대환하는 프로그램을 약 5000억 원 이상 신규 공급한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활성화에도 나선다.

은행별 저금리 대환과 저신용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약 7000억 원 규모로 신규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론은 이른바 '돈 잔치' 논란을 불러온 원인에 대한 자성과 개선안은 보이지 않고 ‘생색내기용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10조원이라는 숫자를 내세웠지만 상당 부분은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십 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이른바 '보증 배수' 효과로 채워져 서민들이 실질적인 체감 효과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공요금이 향후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도로·철도 등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 조절을 결정했지만 이는 인상을 뒤로 미룬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국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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