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어 증권·보험·카드사도 성과급 적정성 점검
금융당국,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첫 회의

금융당국이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외면하고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금융권의 ‘약탈적 금융’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외면하고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금융권의 ‘약탈적 금융’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이어 증권, 보험, 카드사들의 성과급 체계 점검에 나선다. 임직원들은 거액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받으면서도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외면하고 있는 ‘약탈적 금융’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금융권이 곤혹스러운 입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고액성과급 지급 논란이 일고 있는 은행에 이어 증권·보험· 카드사의 성과 보수 체계 적정 여부를 점검한다.

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별다른 노력없이 이자이익을 통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거액의 ’돈잔치’를 벌이면서 은행권 과점구조와 영업관행이 수술대에 오른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보험·카드사의 성과급 체계 개선에 본격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은 먼저 최근 증권사의 부동산 PF 분야와 관련해 성과 보상 체계의 적정성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대규모 지원금을 투입했다. 이 와중에 과도한 성과급을 챙긴 증권사 임직원들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부동산 PF 부실 사태로 실적이 나빠지는 데도 불구하고 일부 증권사들은 성과급을 지나치게 많이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자금 보증을 선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에도 도를 넘어선 성과급 지급이 있었는 지 점검 중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부실은 금융 시장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자금 시장 경색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존폐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자금 보증을 선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PF 관련 임직원들에게 도를 넘어선 성과급을 지급이 있었는지 등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은 증권사의 부동산 PF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라 이미 지급된 경영진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 back) 제도 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등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번 점검으로 금감원은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은 증권사들의 경우 부동산 시장 상황 및 리스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성과 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금감원은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로 성과 보수 체계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이 이익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는지애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생·손보사들은 지난해 총 9조여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토대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임직원 성과급 잔치를 벌여 고객의 어려움을 외면하면서 대출 문턱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역대 최대인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삼성생명의 성과급은 연봉의 23%였다. DB손해보험도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현대해상은 연봉의 30% 내외, 메리츠화재는 연봉의 40% 내외가 성과급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생·손보사가 좋은 실적을 냈고 다음 달 말에 성과급이 책정되는 회사들까지 합친다면 업계 전체적으로는 수천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배당 자제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배당 규모도 전년에 비해 확대됐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결산 배당 총액은 1조3600여억원으로 전년보다 60% 넘게 증가했다.

카드사도 20%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통해 올린 수익을 발판으로 고액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이용한도 제한 등 고객 서비스를 대폭 줄였고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의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할 정도로 인상했다.

이를 통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삼성카드 등 4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조8467억원에 달했다.

순이익이 급증한 카드사들은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카드는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들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성과급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성과 보수 체계 현황을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대출 금리를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은행권 등은 민간기업의 경영 판단과 의사 결정에 정가 약탈적 영업행태를 지적하면서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은 작년 금리의 급격한 인상 과정에서 수신금리보다 대출금리 인상 폭을 높게 잡아 국민 빚 부담을 가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이 올해도 성과급 지급 규모와 임금인상률을 전년보다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최근 마무리한 2022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서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률을 높였다. 

KB국민은행은 일반직 임금상승률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3%로 높였다. 사무직은 3.2%를 유지했다. 

신한은행은 리테일 서비스·사무직의 올해 임금 인상률을 3.6%에서 4%로 올려 정했다. 일반직은 2.4%에서 3%로 높였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임금인상률을 지난해 2.4%에서 3.0%로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기본급 기준 임금인상률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3.0%로 올렸다. 또 직원 사기 진작 방안의 일환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꿀머니 200만포인트를 17일 지급했다. 

성과급 지급률도 높아졌다. 농협은행은 2022년 임단협에서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0%를 책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5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현금 300%·우리사주 61%)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전년도 성과급 지급률은 300%(현금 250%·우리사주 50%)였다. 

하나은행은 2022년 임단협에서 이익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50%를 책정했다. 이는 2021년 임단협에서 기본급의 300%를 지급한 것보다 5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2022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전년에는 기본금의 300%를 지급했다. 

우리은행은 200%대 후반에 잠정 합의했지만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확정된 후 결정될 예정이다. 

각 은행의 성과급 지급률이 대폭 상승하면서 전체 성과급 지급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지급 규모는 지난해(1조3823억원)보다 늘어나 1조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도 1조193억원에서 362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금리 인상기에 이자 수익으로 막대한 실적을 거두면서 '이자 장사'로 엄청난 수익을 달성한 은행권을 향해 “약탈적 영업”을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들이 있었고 그게 지금 정점에 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졌는데도 은행들은 수십조 이익을 벌고 있고 그 이익의 사용 방식과 관련해서도 여러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행권이 최근 발표한 3년간 10조 원 규모 취약계층 지원책에 대해서도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당장 물 한 모금을 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실제 은행 출연금은 7800억 원 수준인데 보증 배수를 통해 지원 규모를 부풀렸다고 비판한 것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사에 대한 시선도 곱지 못하다.

손보사들은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올 초 실손보험료를 평균 9%가량 올렸지만, 코로나19로 이동이 줄면서 손해율이 크게 낮아진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은 2% 정도에 그쳤다.

카드사들도 지난해 이용 한도 등 고객 서비스를 대부분 줄였고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10% 중후반대까지 인상해 고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단 금융당국은 오는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향후 논의 방향과 절차 등을 정한다. TF 운영은 지난 15일 진행된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의 후속 조치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시중 은행의 돈잔치와 은행 산업 과점 폐해를 지적하며 금융당국에 경쟁을 촉진할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TF에서는 은행권 경쟁 촉진,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 체계, 금리 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손실흡수 능력 제고 등 6개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논의하고, 올해 6월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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