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위험 간과
이창용 총재 최종금리 3.75% 언급 메시지 실책

서울 명동 환전소의 각국 통화별 환율. (사진=연합뉴스)
서울 명동 환전소의 각국 통화별 환율.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 후유증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에 대해 환율과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너무 일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지난달 24일엔 1304.8원(+7.7원), 27일엔 1323.0원(+18.2원)으로 이틀 연속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7일(1321.7원) 이후 약 3개월만에 다시 1320원 선을 넘어선 것이다.

28일에는 0.4원 하락한 1322.6원에 장을 마감하긴 했으나, 1320원대 밑으로 떨어지진 않았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3거래일 동안 환율이 25.5원(약 1.95%) 상승했다.

기준금리 동결이후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4일 3003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27일 3248억원, 28일 2888억원을 순매도했다. 사흘간 누적 순매도 규모가 9139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지난달 28일 코스피 종가(2412.85)는 금통위 당일인 23일(2439.09)보다 약 1.1% 하락했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지난달 24일 1932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27일에는 397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2월 한달간 240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자금을 빼는 모양새다.

외환·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이탈 추세 배경엔 달러 강세 현상과 맞물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미국의 물가·고용·소비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탄탄한 것으로 나오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더 올리거나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달러 강세(가치 상승)를 이끌었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한국 3.50%, 미국 4.50~4.75%)로 22년만에 가장 크다. 미 연준이 3,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한 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만 한두 차례 더 밟아도 한·미 금리차는 1.50~1.75%포인트로 벌어진다.

한미 금리차가 화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원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도 올라 물가승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이창용 총재의 금리동결 메시지가 실책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겼지만 최종금리가 3.75%‘라고 언급한 점이 긴축 종료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기준금리 상단을 언급하면서 향후 한미 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미 연준은 최종금리 전망(점도표)인 5.1%보다 더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향후 미국 금리인상이나 환율 급등 등에 대응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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