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전문성·다양성 강화 초점
'미래 먹거리' 사업 확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각 사)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이달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올해도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 다양성·전문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이사회에 여성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성을 꾀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정기 주총을 연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임시 주총을 열고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여성 환경 전문가인 한화진 사외이사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사퇴하자 유 전 본부장을 선임한 것이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 주총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올해 초 등기이사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해 등기임원 복귀 시점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신사업 정관 추가, 외부 전문가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 준비에 나선다.

LG전자는 사업 목적에 ‘기간통신사업’을 추가했다. 기간통신사업은 특정 공간에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활용한 특화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빠른 통신망이 필요한 산업 현상에서 주로 사용한다. LG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관련 사업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화장품판매업 역시 추가된다. LG전자가 운영하는 뷰티 전용 기기 브랜드 ‘LG 프라엘’ 라인업의 경쟁력을 확대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방향에서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및 전자학 전문가인 서승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선임할 예정이다.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전장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서 교수는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무인자율주행 분야 연구를 선도해왔다. 2013년엔 LG전자 미래기술포럼 기술자문과 서울대 LG전자 스마트카공동연구센터 운영책임교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SK그룹은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적극 나선다.

SK㈜는 1세대 여성 미국 변호사인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외국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의결했다.

박 변호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모펀드 등 금융 분야 전문가로 다수의 대형 인수합병(M&A)에도 참여하는 등 투자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주총회 의결을 마치면 SK㈜ 이사회는 사외이사 5명 중 여성이 1명에서 2명으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40%로 늘어난다.

SK하이닉스는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안건을 논의한다.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SKC는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사장이 사외이사로 합류할 예정이다. 채 전 사장이 선임되면 SKC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SK㈜는 또 배당기준일 변경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도 추진한다.

현재 정관은 이익 배당의 경우 매 회계연도 마지막 날, 중간배당의 경우 7월 1일 0시를 배당 기준일로 정하고 있지만 새로운 정관은 배당액 확정일 이후 배당 기준일을 설정할 수 있도록 배당 기준일을 이사회에서 정하도록 했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결산배당 배당기준일을 배당액 확정일 이후로 변경토록 권고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1명씩 추가 선임, 이사회 정원을 11명에서 13명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사내이사는 5명에서 6명으로, 사외이사는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난다.

현대차는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와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최은수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와 사외이사 1명 추가 선임에 따른 것이다.

장승화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국제 통상 전문가로, 국제중재법원(ICC) 중재인, 서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등 관련 분야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장 교수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제 통상에 대한 심도 깊은 조언과 의견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윤희 교수는 법무 전문가로 중앙노동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활동 등 노사관계 관련 풍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에 현대차 여성 사외이사는 2명으로 확대되게 된다.

현대차는 사내이사로 호세 무뇨스 사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주주총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주주 권익 확대를 위해 배당 절차 개선에도 나선다. 투자자가 배당액을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 정관 내용을 "이사회 결의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일은 2주 전 공고해야 한다"로 변경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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