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 150.87...3년전 보다 27%↑
'건설분쟁전문관리기구' 마련 필요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픽사베이)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픽사베이)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증액 문제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공사가 멈추는 것은 물론 입주를 미루거나 중단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증액분을 둘러싼 조합과 건설사의 갈등으로 입주가 지연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의 입주 시작일은 지난 1일이었으나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아파트 입구를 컨테이너와 차량 등으로 가로막아 일반 분양자와 조합원 세대 모두 입주하지 못했다. 동양건설산업이 조합에 추가 공사비 100억원 가량의 분담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입주를 앞둔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도 추가 공사비 분담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903억원 미입금에 따른 연체 이자와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를 670억원 증액 요구를 했지만, 조합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인상 불가 시 조합원들에게 입주 키를 불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있다. 동부건설은 공사비 인상 문제로 서초구 방배동 신성빌라를 재건축하는 '방배센트레빌프리제' 공사를 올해 1월 초부터 한 달 가까이 중단했다 재개하기도 했다.

DL이앤씨와 서초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지난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책정한 공사비를 인상하는 문제를 두고 협의 중이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도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반년 넘게 착공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다.

이처럼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분쟁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사례는 32건으로 전년 22건보다 46% 증가했다.

공사비 분쟁의 원인은 최근 급등한 공사비다. 최근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0.87로, 3년 전인 2020년 1월 대비 27% 이상 상승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치솟은 데다 금리까지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사 수행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졌다”며 “많은 현장에서 공사비 분쟁을 겪고 있고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분쟁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공사와 조합간의 공사비 증액 분쟁으로 일반분양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분양자들은 입주예정일에 맞춰 기존 집을 처분하고 자녀의 전학수속을 마쳤지만 열쇠를 받지 못해 임시 거처 구하는 등 일방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사비 분쟁이 소송전으로 이어지면 시공사인 건설사와 조합이 모두 막심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원만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합은 시장의 변화를 인식해 조합원을 설득하고 건설사들은 조합이 인정할 수 있게 합리적으로 공사비를 책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공사비 분쟁이 소송전으로 이어지면 건설사와 조합이 모두 막심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원만한 갈등해결을 위해선 조합과 시공사 모두 일정 부분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사비 갈등해결을 위해 정부가 '건설분쟁전문관리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부처에는 건설 분쟁 해결을 위해 건설분쟁조정위원회,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건축분쟁전문위원회 등 조정처리 기구와 함께 대한상사중재원 등 중재기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 간의 정보교류는 원활하지 않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조정기구에 조정 신청된 분쟁의 해결에 집중된 현(現) 건설 관련 분쟁조정기구는 건설 분쟁의 재발 방지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다”며, “‘건설분쟁전문관리기구’를 설립해 다수의 건설 분쟁조정 및 중재 기구의 컨트롤타워 역할과 함께 건설 분쟁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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