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속 베이비스텝 단행…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부인’
한은, 자본유출 우려 등 금리 인상 압박 더욱 커질 전망

(사진=연합뉴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또 인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시장에서는 당초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은행 등의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이 계속되자 '베이비스텝' 인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상으로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가 올라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는 지출과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으며 견조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목표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 연속 파격적인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기도 했다.

이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인상 폭을 지난해 12월 0.5%포인트, 올 2월 0.25%포인트로 줄여 속도조절헤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느려지고 고용 호조 등의 지표가 나오면서 한때 연준이 이번에 다시 인상폭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이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의 이유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며 “최근 상황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여건이 더 엄격해지고 경제 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더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시장의 일각에서 나오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부인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이런 기조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0.4%로 직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도 작년 12월 4.6%에서 이번에는 4.5%로 하향됐다.

한편 미국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되면서 22년만에 최대차로 벌어져 한국 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이에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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