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행정절차 착수...금융위에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 전달
노조, 일방적 지방이전기관 지정안 결의 법적대응 예고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산업은행)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산업은행)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부산이전이 ‘위법과 졸속추진’이라는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에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전달하면서 행정절차를 완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는 일방적으로 지방이전기관 지정안을 결의했다면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28일 금융권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7일 금융위원회에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전달했다. 그간 산은이 노조의 반대속에서도 행정절차 완료를 위한 컨설팅까지 진행하면서 속도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산은은 이날 오전 10시 여의도 본점에서 경영협의회를 열고 이전공공기관 지정안 제출 안건처리를 하려했지만 노조가 경영협의회에 참여하는 김복규 수석부행장과 이근환 부행장의 출근길을 저지하면서 모처의 호텔에서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협의회는 산업은행 경영에 중요한 의결이 필요할 경우 개최되는데, 회장, 전무이사를 포함한 상임이사, 부문장 및 준법감시인으로 구성된다. 다만, 감사는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나 표결권은 없다. 사실상 강석훈 회장과 부행장이 의사결정을 하는 셈이다. 이번 경영협의회 안건은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 1개였다.

지정안에는 이전장소, 규모, 비용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안을 검토한뒤 국토교통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산은이 본사를 이전하려면 행정절차와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중 행정절차는 상부기관 등으로부터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이 돼야 한다. 내부 노사협의를 거쳐 이전(안)을 마련해 금융위에 제출하고 금융위는 협의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이전기관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된 안건은 국토교통부 검토를 거쳐 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발위)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균발위의 절차 안내에 따르면 산은은 지방 이전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내부 노사협의를 거쳐 지방 이전기관 내부 방침을 수립해야 한다. 이후 해당 안건은 국토부의 검토와 균발위의 심의, 의결을 거쳐 국토부 장관이 지방 이전 계획의 승인·고시를 진행하도록 돼 있다.

균발위의 의결이 이뤄진 후에는 노사합의를 거쳐 어떤 부지, 이전 규모 등 구체적인 이전 계획안을 작성해야 한다. 현재 산은은 이미 이와 관련한 컨설팅을 진행중이다. 5월까지 컨설팅 결과를 도출해 6월 직원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제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행정절차와 함께 법개정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본사 위치가 서울로 명시돼 있어서다.

금융권 일각에선 “산업은행 본점 이전 추진은 윤석열 정부는 공약 중 하나로, 지난해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데다 금융위가 올해 1월 ‘연내 산은의 부산이전 추진’을 업무계획으로 제출했다”면서 “산업은행이 행정절차에 나서고, 컨설팅까지 추진되고 있어 이전 공공기관 지정이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국회의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에 대한 법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국회 민주당에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설득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의 부산이전이 속도를 내면서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28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협의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법, 졸속 산업은행 이전방안 날치기 제출 원천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법, 졸속 산업은행 이전방안 날치기 제출 원천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노동조합)

산은 노조는 이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석훈 산은 회장은 노조가 요청한 지방 이전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설립을 거부하고 직원 2천800여명이 반대 서명을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지방이전기관 지정안을 결의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노조는 "산은 이전 방안은 본점을 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사회 결의를 거쳤어야 함에도 강 회장은 사외이사들이 부산 이전을 거부할 것이 두려워 이사회가 아닌 경영협의회를 통해 결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노사 협의를 거쳐 이전방안을 제출하라고 안내했음에도 아무런 협의 없이 은행 외부 밀실에서 날치기로 지정안을 처리했다"며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는 사측의 이전 방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금융위원회 등 담당 부처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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