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규제완화 후 서울·지방 양극화 심화
2월 미분양 물량 7만5438가구...83% 지방 몰려
자금력 취약 지방 중소 건설사 줄도산 우려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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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훈풍이 불고 있지만 지방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자금력이 취약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줄폐업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1월1일~3월 17일 기준) 서울에서 분양한 3개 단지 393가구 모집에 2만2401건의 청약통장이 몰려 평균 57대 1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1만1883가구 모집에 5만2530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4.4대 1에 그쳤다. 서울과 비서울의 청약경쟁률이 무려 10배 이상 차이 났다.

특히 대구는 0.1대 1이라는 가장 낮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북(0.7대 1), 제주(0.2대 1), 전북(0.2대 1) 등도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 미분양은 위험 수준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7만5438가구로 이 중 83%(6만2897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이 1만3987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북(9074가구), 충남(8546가구) 순이었다.

지방은 입주율도 크게 떨어졌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3.3%로 1월(66.6%)보다 3.3%포인트 하락했다. 서울(79.2%→79.7%), 인천·경기(73.2%→75.8%)는 모두 입주율이 오르면서 수도권은 75.2%에서 77.1%로 상승했다. 반면 5대 광역시는 65.8%에서 60.6%로 5.2%포인트 하락했고, 기타 지역도 63.9%에서 60.1%로 떨어졌다.

조강현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금리인하와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수도권 인기 지역부터 주택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고, 거래량이 회복되는 추세에 들어섰다"며 "다만 지방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 주택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이어가면서 분양일정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4월 전국에서 총 3만7457가구가 분양 예정이지만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 대구, 대전, 세종, 울산, 전북, 경북 등 6개 지역은 분양계획이 없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을 연기하는 사업지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분양도 저조하고 입주까지 늦어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금력이 취약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3년 3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지방 중소 건설기업은 대기업이나 수도권 소재 건설기업에 비해 한계기업·부실위험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건설경기 부진, 원자재가격 상승과 이자비용 부담을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소재 중소 건설사의 한계기업 비중은 16.7%에 달했다. 대기업(9.4%), 수도권 중소기업(13.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부실위험기업 비중도 12.8%로, 대기업(5.5%), 수도권 중소기업(11.1%)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이미 지방 건설사 중 문을 닫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폐업 신고한 종합·전문건설업체는 848곳에 달한다. 이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업체는 510곳으로 전체 60%를 차지했다. 2021년 334곳, 2022년 404곳보다 증가했다. 

건설업계에선 미분양 주택매입, 세금감면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중소 건설사의 경우 자금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미분양 타격이 심각하다”며 “미분양 주택매입,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감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들의 자구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미분양 주택 매입이나 세금감면 등 정부 지원을 마냥 기대하기 전에 건설사들이 먼저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등 자구 노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21일 한 부동산 관련 심포지엄에서 "아직도 분양가나 호가가 주변 시세나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것보다 높다"며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부분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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