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번 연속 동결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며 한은의 전망과 맞아떨어진 데다 경상수지 적자 등 경기 침체 전조가 기준금리 인상을 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2월 금통위에서 10개월간 이어온 금리인상을 멈춘 데 이어 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0차례 인상을 거쳐 기준금리 3.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 사이에 동결을 결정한 것은 2021년 10월, 2022년 2월, 올해 2월 등 단 세 차례뿐이다. 지난 20개월 동안 두 차례 연속 동결은 처음이다.

이날 동결 결정 배경에는 물가가 최근 하락세로 접어든 데다 경기 둔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2%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했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가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

향후 1년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은의 2023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9%로 집계됐다.

한은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며 연말에는 3% 수준까지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와의 격차는 여전히 2%포인트 이상인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역성장 탈출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였고, 이달 1~10일에도 34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4.75∼5.0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유지된다.

하지만 1.50%p는 이미 2000년 10월 1.50%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만 밟아도 미국(5.00∼5.25%)의 기준금리는 한국(3.50%)보다 1.75%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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