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회 연속 동결...은행 변동형 금리 3%대 초 진입 전망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증권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
이창용 한은 총재 "기준금리 인하 과도한 기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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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하면서 주택담보 대출자들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3%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대출금리 하락세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금융권 일각에선 기준금리 2회 연속 동결 결정으로 사실상 인상이 종료되고 하반기에 본격적인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연말에는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2%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연 8%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현재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풀 고정형 금리 하단은 1년여만에 연 3%대로 하락했도, 변동형 금리 하단은 4% 초반까지 낮아졌는데 3%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변동형(신규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9~6.63%로 2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2월 28일) 4.95~6.88% 대비 상·하단이 각각 0.25%p, 0.76%p 낮아졌다.

고정형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내렸는데 4대 은행의 고정형 대출 금리는 3.64~5.86%로 2월 금통위(4.30~6.30%) 대비 상·하단이 각각 0.66%p, 0.44%p 하락했다.

최근 대출금리 하락은 시장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데다 채권금리 하락 및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를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지난 달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작용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에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아졌다.

은행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인 시장금리에 마진이나 신용도가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월말 4.506%에서 3.811%로 하락했다. 또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월(3.82%)보다 0.29%포인트 낮은 3.53%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기준 코픽스가 11개월 만에 처음 떨어진 뒤 3개월 연속 내림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은행 대출금리 하락에 대한 압박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한은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보는 분위기가 퍼졌다.

금융권에서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한은으로선 기준금리를 더 올리기 부담스러울 것으로 내다보며 금통위에서 대다수의 동결 인상이 나왔다는 것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까지 두 번 연속 동결한 뒤 갑자기 5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일단 금리 인상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5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린 뒤 외환시장이나 환율에 큰 문제만 없다면 3.50%가 최종금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만큼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하락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를 고려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재 3% 후반대인 고정형 대출 금리가 3%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예금금리도 내려가는 만큼 변동형 대출금리도 3%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변수는 미국과의 커지는 금리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이 유력한데 이렇게 되면 한국과의 금리 차이가 1.75%p로 확대된다.

사상 최대폭으로 확대되면 환율 안정 및 자본유출 최소화 등 한은이 추가 인상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가 한 달 새 0.5%포인트 가량 하락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뉴욕사무소가 지난 7일 현지 12개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3분의 2인 8곳이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5.00∼5.25%로 전망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조사 당시에는 절반이 넘는 7곳이 최종 정책금리를 5.50∼5.75%로 전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곳으로 급감했다.

최종금리 수준을 5.25∼5.50%로 예상한 곳은 지난달과 같은 2곳이었고, 4.75∼5.00%로 내다본 곳은 지난달에는 없었지만, 이번 달에는 1곳으로 집계됐다.

투자은행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두세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한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는 셈이다.

시장은 연준이 하반기 중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미 선물시장의 연준 정책금리 전망치는 5월 5.00%, 6월 4.99%, 7월 4.88%에 이어 9월 4.61%, 11월 4.54%, 12월 4.26%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연준은 향후에도 물가 목표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적 통화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최근 발생한 은행 위기가 향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분석에 힘입어 금융권 일각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 인상기에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먼저 올렸으니, 인하기에도 우리가 먼저 내릴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도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먼저 안정되는 추세인 만큼, 10월이나 11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4분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며 "고금리 여파가 점차 경기 둔화로 나타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하락세로 확인되면 4분기 미국 연준과 함께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와 노무라증권 등은 한은이 오는 8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다소 높은 수준의 물가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장기화할 가능성이 가시화하는 7월부터 금리인하 필요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인사가 현실화할 경우 연말에는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제유가와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이 산적해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은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창용 총재는 11일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90일물 금리 등이 떨어지는 등 시장에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데 금통위원들은 그러한 견해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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