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매수권 부여, LH 통해 피해주택 매입, 전세사기 처벌강화 특경법 개정 등 추진
피해자 단체 “보증금 채권 매입을 활용한 공공매입 등 피해 유형별 대책 마련해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전세사기 피해금 국가가 떠안을 수 없어”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원이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원이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와 여당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피해자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장기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피해자 단체는 당정 대책에 보증금 채권 매입 방안이 빠진 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며 깡통주택 피해자에 대해 선 긋기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협의회를 열고 전세사기 대책을 논의했다. 

협의 결과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법에 대해 “지난 정부 시기 재난적 집값 급등으로 피해 입는 분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해 특별법에 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별법에는 피해 임차인 우선 매수권과 저금리 대출 지원이 포함된다. 

박 정책위의장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 주택을 낙찰받길 원하는 분들에게는 우선 매수권을 부여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낙찰받을 때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장기 저리 융자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주택 우선매수권 행사를 희망하는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해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임대인뿐 아니라 배후 세력까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전세사기를 비롯한 대규모 서민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개정도 나선다.

박 의장은 "임대로 계속 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피해자들이 퇴거 걱정 없이 장기간 저렴하게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이번주 중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세부 방안은 이번 주 중 관계부처가 별도로 발표하기로 했다.

피해자 단체는 당정 대책에 보증금 채권 매입 방안이 빠져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는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특별법 설명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 세입자들의 피해 유형과 정도가 다양하므로 사안에 따라 문제 해결에 적합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증금 채권매입을 활용한 공공 매입 등 피해 유형별로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경매 중단과 피해구제 대책으로 방향을 잡은 점은 바람직하지만 신속한 입법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대다수 깡통주택 피해자에 대해 선 긋기만 할 뿐 보증금 회수를 원하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가 제시한 특별법의 핵심은 ‘선 구제·후 회수’ 방안이다. 피해자들의 임차 보증금 반환 채권을 공공이 매입해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주고 피해자들이 강제경매의 불안에서 벗어나게 한 후(선 구제), 공공이 경매 과정에 참가해 보증금을 회수하는 것(후 회수)이다. 

예컨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예산을 마련한 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통해 피해자의 보증금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캠코 등이 1~2년의 시간을 두고 환가해 보증금을 환수하기 때문에 혈세낭비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대책위는 또 전세사기 피해 유형이 다양한 만큼 △즉각적인 경매 유예 △임차인의 우선매수권 관련 특별법 제정 △보증금반환채권 공공매입(또는 사후 정산방식의 채권양도) △깡통전세주택의 공공매입 등도 제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선구제·후회수’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사기당한 피해 금액을 국가가 먼저 대납해서 돌려주고, 그게 회수가 되든 말든 떠안으라고 하면 결국 사기 피해를 국가가 메꿔주라는 것”이라며 “전반적인 사기 범죄에 대해 앞으로는 국가가 떠안을 것이라는 선례를 대한민국에 남길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원 장관은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은 선을 넘으면 안 된다"면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다양한 지원, 복지정책을 통해 최대한 사기로 돈을 날린 부분이 지원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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