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10명중 9명 가격이 더 비싸도 친환경 제품 구입 의사
유통업계,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 도입

(사진=현대백화점)
(사진=현대백화점)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친환경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통업계가 친환경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며 구입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격표가 아닌 친환경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그린슈머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유통업계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원이 소비자 1000명 대상으로 제품 선택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약 82%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 역시 93%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왕 제품을 구입한다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구 환경 개선에 앞장서는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에도 신념과 가치가 투영되며 사회적, 윤리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브랜드가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는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전달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마트 등도 친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요소를 접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4월 전국 모든 점포에 100% 재생용지 쇼핑백을 도입했다. 친환경 쇼핑백 재료는 현대백화점 본사와 전국 16개 점포 등에서 매년 배출되는 약 8700t의 포장용 박스나 서류 등을 모아 만들고 있다. 이는 나무 약 1만3200그루를 보호하는 효과와 약 3298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친환경 통합 브랜드 ‘리그린’(Re.Green) 경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탄소중립의 숲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조성을 시작한 ‘현대백화점그룹 탄소중립의 숲’은 16.5ha(약 5만 평) 규모로, 지난해 약 1만여 그루의 나무를 식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내년까지 나무 2만 그루를 추가로 심고, 오는 2027년까지 수목 생육환경 조성을 위한 토양 관리·영양 공급 등의 환경개선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일회용 포장 쓰레기 절감을 위해 면세품 구매 시 일회용 쇼핑백 사용 여부를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참여형 캠페인을 시행 중이며, 최근 현대홈쇼핑이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테이프 등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했다.

신라면세점도 업계 최초로 면세품 물류 포장용 비닐 랩 재사용에 나선다. 신라면세점은 기존 일회성 소모품이었던 비닐 랩을 사용 후 폐기해 왔으나, 앞으로는 사용한 비닐 랩을 회수해 전문 재활용 업체를 통해 ‘재생 비닐 랩’으로 재생산한 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대형마트는 포장재를 기존 플라스틱 제품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3월 대형마트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100% 재생 플라스틱 용기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에 많이 쓰인 ‘기계적 재활용’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해 재활용 시설에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생산단가가 50%가량 더 비싸지만, 친환경 경영 실천과 지역사회에 배출되는 플라스틱 감소를 위해 해당 기술 도입을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탄소배출 저감과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확산을 위해 전국 51개점 옥상 및 유휴 주차장 부지를 활용하여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해 연간 10.1GW, 4인 가족 기준 약 2만 9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도 플라스틱 감축 캠페인 ‘가플지우’를 확대 진행한다고 밝혔다. 가플지우는 이마트가 기업·기관 참여형 친환경 플랫폼으로 2018년 구축했다. 설립 첫해 이마트 P&G, 테라사이클을 포함한 3개 기업으로 시작한 가플지우는 2022년 참여 기업·기관이 13개로 늘었다.

이마트와 협력사는 지난 한 해에만 폐플라스틱 2t을 수거·재활용했으며, 전국 19개 연안 정화 활동으로 약 6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7월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판매하는 호주산 소고기 특수부위 6종(안창살, 토시살, 치마살, 갈비살, 꽃갈비살, 칼집살치살)을 분리수거 시 ‘종이’로 분리배출이 가능한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 포장재로 바꿨다.

메가MGC커피는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제에 참여하며 친환경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제는 정부에서 탄소중립 생활을 확산하기 위해 친환경 활동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다.

메가MGC커피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2월말부터 일회용컵을 대신해 텀블러(개인컵)를 사용시에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음료 1개당 300원의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지급받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소비자들의 친환경적 선택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시행초기이지만 텀블러를 이용한 주문량이 3월 대비 4월에 2배이상 증가하고 있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인쇄 방식 변경으로 친환경 흐름에 동참했다. 기존 유성 잉크가 아닌 친환경 수성 잉크를 사용하는 플렉소 인쇄로 신제품 포장재를 만들었다. 플렉소 인쇄는 유해 화학물 유기용제 사용을 줄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절감해 탄소 중립 효과를 높인다. 롯데제과는 인쇄 설비를 갖추고 추후 출시될 신제품도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할 예정이다.

편의점 GS25는 이달 말까지 플라스틱 빨대 발주를 중단하고 앞으로 모든 점포에서 종이 빨대만 운영한다.

이번 플라스틱 빨대 발주 중단은 경영주협의회에서 매장 내 친환경 활동 아이디어로 제안해 시작됐다.GS25는 점포와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시스템 변경 안내와 재고소진을 독려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종이 빨대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다.

GS25는 종이 빨대 전환 외에도 지난해 11월부터 빨대가 필요 없는 얼음컵을 새롭게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빨대가 필요 없는 얼음컵은 GS25와 협력사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1년 넘게 개발한 결과물이다.

아직까지 해당 얼음컵을 구매하면서도 자연스레 빨대를 들고 가는 소비자가 있는 만큼 빨대 없는 얼음컵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일회용 봉투 대신 극지연구소와 공동 제작한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종이 쇼핑백을 운영 중이다. 

또 GS25 편의점 1000여 곳은 기후 위기를 알리기 위해 세계자연기금(WWF)이 진행하는 지구촌 전등 끄기 행사인 '어스 아워'(Earth Hour)에 동참하며 지난달 25일 저녁 매장 간판의 불을 껐다.

GS25가 어스 아워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GS25는 앞으로 행사 참여 매장을 더 늘려나가는 한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남양유업은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한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제품 2종을 선보인다. 플라스틱 빨대가 없는 컵커피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스트로우 프리’와 비닐 라벨을 제거한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그란데’ 제품이다.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스트로우 프리는국내 최초로 ‘흘림방지 이중리드’를 적용해 뚜껑을 뜯고 마셔도 흘림방지 장치로 내용물이 넘치지 않는다. 기존 컵커피에 부착되어 있던 빨대와 함께 상단에 부착되는 플라스틱 뚜껑도 함께 제거해 친환경의 의미를 더했다.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그란데는 폐비닐 발생을 없앤 ‘라벨 Free 패키지’를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 이변, 미세플라스틱 등 이슈로 인해 친환경 가치를 중시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기업들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진정성 있는 친환경 경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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