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위해 수용"
5월 중 2조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로 지분 49% 확보 후 인수 마무리
지속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 목표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사진=한화그룹)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건 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가 경쟁사를 차별하지 않는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하면서 향후 적자 늪에 빠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가 내린 시정조치는 대우조선과 경쟁사의 함정 입찰에서 한화가 부품 가격이나 정보 제공을 차별하거나, 한화가 얻은 경쟁사 비밀을 대우조선에 공유하는 행위를 3년간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수상함 및 잠수함 입찰과 관련, 함정 항법장치·함정전투체계·함포·함정용 발사대 등 한화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10개 함정 부품을 방사청이 아닌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구매하는 도급시장에 적용된다.

시정조치 기간은 우선 3년이며 한화 등은 반기마다 공정위에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 뒤 시장·제도 변화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수직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정보 요청 거절 금지 의무를 '방사청을 통해 요청했을 때'로 한정한 것과 관련해 "시정조치 불이행은 형사 처벌이 가능한데 함정 건조업체들이 경영상 이유로 한화 측에 과도하게 정보를 요구할 개연성이 있어 중립적인 감독기관인 방사청을 거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규모 함정 건조 회사가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밖에 없어 과도한 시정조치를 부과하면 역으로 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화, 국가기간산업 경쟁력 강화 위해 ‘조건부 승인’ 수용...다음달 2조원 주금 납입 

한화는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이 악화되어 있는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한화는 공정위가 제시한 함정 부품 일부에 대한 가격 및 정보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5월 중 대우조선 유상증자 참여,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 선임 절차 등을 거쳐 신속히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 이후 22년만에 경영정상화의 닻을 올리게 됐다.

5월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두 곳 등 한화그룹 5개사는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그래픽=한화)
(그래픽=한화)

다음달 3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진과 사명 등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새 사명은 '한화오션'과 '한화조선해양'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중 한화오션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김승연 회장의 측근인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총괄사장 등이 거론된다.

한화는 그룹의 핵심역량과 대우조선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설계·생산 능력을 결합해 대우조선의 조기 경영정상화는 물론 지속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또한, 단순한 이익창출을 넘어 일자리 창출, K-방산 수출 확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할 계획이다. 특히, 조선업의 장기간 업황 부진으로 침체된 거제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에도 큰 활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부문 시정조치로 인한 경영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 인수 결정에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했다.

한화는 "경영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사업보국 차원에서 국가 기간산업 재건과 K-방산의 글로벌 공략을 위해 경영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우조선 인수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경영 상황은 작년 9월 인수 MOU 체결 후에도 계속 악화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다. 최근 2년간 적자규모는 3조 4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1600%에 이르고 있다.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던 올해 1분기, 대형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계획 대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20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다.

공격적인 수주전 또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사이클 상승기임에도 수주실적은 전년 1분기 42억달러에서 올해 8억달러로 급감했다. 경쟁사 대비 초라한 성적표다.

핵심 인력 유출 및 인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한 해 160명이 넘는 직원들이 경쟁 회사로 옮겼다. 특히, 실무 업무의 주축인 대리 및 과장급과 특수선 설계 인력의 유출이 문제다. 10년 전 1만3000명에 이르렀던 대우조선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8300명으로 5000명 가량 감소했다.

업계는 2년간 적자 늪에 허덕이던 대우조선이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맞는 만큼 이에 따른 호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은 한화의 심장 '방산'에 힘입어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호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1분기 약 417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됐으나, 2분기부터는 매출 2조원 회복과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이 예측됐다.

(그래픽=한화)
(그래픽=한화)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계기로 기존 우주, 지상 방산에 더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또한,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의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 위치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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