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매수권, 저리 대출 등 지원
피해자 단체 "지원 대상 선정 6대 요건 너무 ‘엄격’...실효성 없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정부가 2년간 적용되는 한시적인 특별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한다. 특별법은 피해자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정해진 6개 요건을 충족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 단체에서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당정협의 등을 거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한 바 있다. 

특별법 대상이 되려면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6가지 요건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가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이다.

피해자 여부는 국토교통부 내에 새로 만드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먼저 거주 중인 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ㆍ공매 유예로 피해자에게 준비 기간을 제공하고 우선매수권과 조세채권 안분으로 낙찰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주택을 경락받거나 신규주택 구입시 금융지원 등을 통해 자금 부담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피해자가 주택 매수보다는 거주만을 희망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주택을 사들인 뒤 소득·자산요건과 관계 없이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LH가 임차 주택을 사들이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인근 지역의 유사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방침이다.

전세 사기로 생계가 곤란한 피해자에게는 재난ㆍ재해 등 위기상황 발생 시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적용해 생계비 등을 지원한다.

경ㆍ공매가 이미 완료된 임차인인 경우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경우 공공임대 입주와 긴급복지ㆍ신용대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임차 주택을 낙찰받은 피해자에겐 취득세 면제와 3년간 재산세 감면 혜택을 준다.

특별법은 법 공포 후 즉시 시행하며 통상 임대차 계약 기간을 고려해 2년간 한시 운영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특별법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피해 금액을 되돌려 받는 것이 최선이지만, 전세가 민간계약이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피해 금액을 지원해 주는 방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당장의 주거안정 지원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보증금에 대한 공공의 직접적 지원보전이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조치 등 파격혜택은 없었지만, 피해자가 살던 주택에서 계속 거주가 가능하도록 범부처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 임차인 퇴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마련됐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주택경기 위축과 공급과잉 이슈로 이전계약 보다 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 사례나 임대인의 전세사기 및 기망 의도를 찾기 어려운 경우는 특별법 혜택을 받지 못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함 랩장은 또 "전세제도가 유지되는 한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상존 할 수 있는 만큼 임대차 표준계약서 특약 적극 활용 교육이나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특별법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현실과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보여주기식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및 시민사회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별법안은 지원대상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피해대상 심사 및 인정 절차조차 매우 까다롭고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와 국토부 내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를 별도 설치해 피해자들에게 혼선을 주거나 이중의 행정부담을 주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지원대상이 이렇게 협소하게 적용이 된다면, 경매완료, 전출, 동시진행 등 불가피한 이유로 대항력을 상실한 피해자들은 아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고, 1000가구가 넘는 피해주택의 순차적인 경공매 진행, 임대인의 상속문제 미해결 등으로 경매진행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지원이 늦어지거나 아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채권매입방안이 빠졌다"며 "정부와 원희룡 장관은 마치 채권매입방안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처럼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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