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볍 우선 논의...'실거주 의무 폐지' 주택법 개정안 심사 밀려
갭투자 조장 지적도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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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가 요원하다. 현재 국회가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에 집중하고 있는 탓이다. 아울러 해당 법안을 두고 갭투자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 심사가 보류됐다. 전세사기특별법 논의가 우선안건이 되면서 논의가 밀린 탓이다. 이는 지난달 26일에 이어 연이은 심사 보류 결정이다.

지난 11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전세사기 지원을 위한 특별법 처리를 위해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주택법 개정안은 빨라야 오는 6월부터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은 올해 2월 발의돼 3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고금리 여파로 미분양이 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를 시행했다.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이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한은 공공택지·규제지역·분양가상한제 지역 3년, 과밀억제권역 1년, 기타 6개월로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서울에선 13개 단지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분양권을 전매해도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해야 하는 '거주의무'는 시행령이 아닌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했다. 실거주 의무를 저버리면 최대 1000만원의 벌금, 징역 1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전매제한 규제가 풀리면서 서울 분양권 거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패키지 법안인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어 시장에선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3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5건의 7.2배에 달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지난해 하반기에는 6개월간 합계 5건의 분양권 거래만 이뤄졌다. 9월 1건, 10월 2건, 12월 2건 등이었다. 올해 4월 분양권 거래량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도 7배를 넘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법을 개정하지 못한 것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실거주 의무 폐지”라며 “시장에서는 혼란이 야기되고 있고 주택시장 연착륙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면 전월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가능해지는 만큼 부실 위험이 있는 주택이 임대로 공급될 수 있고, 투자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월 26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 향후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시 규제완화(전매제한 기간 축소 및 실거주의무 폐지)가 집값 폭등의 또 다른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실상은 투기세력들과 거주 의사도 없으면서 분양받아 시세차익을 보려는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기세력의 가세로 청약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신혼부부를 포함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청약의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피해를 야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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